미국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 무기를 공개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열병식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문에 “북한이 금지된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답했다.
이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기가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항목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강조함과 동시에 북한이 계속해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전보다 더 위협적일 것으로 보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무기를 공개했다.
신형 ICBM은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1만3000km 추정 ICBM 화성-15형보다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져 사거리도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형 SLBM인 ‘북극성-4형’도 최초 SLBM인 북극성-1형이나 작년 발사한 북극성-3형보다 외관상 직경이 약간 굵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무기 공개가 핵 및 ICBM 발사시험처럼 북한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넘기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열병식 준비 소식에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ICBM이나 SLBM 시험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일단 공개 수준에 그쳤다는 판단에서다.
북한도 신형 무기를 공개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타격을 주기 위함보다는 무력 진전을 과시해 대선 이후 협상력 제고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앞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쾌유를 바란다는 공개 전문을 보낸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자위적 정당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열병식 연설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연설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신형 무기 공개를 경고하면서도 북한에 협상 복귀와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하는 데에 중점을 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고위당국자는 2018년 북한의 비핵화 노력 등을 약속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언급한 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의 분석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지역의 동맹들과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이 미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번 열병식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또 레이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교수를 인용해 “신형 전략무기의 공개는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미사일 시험의 위험성 없이 북한 내부의 정치적 이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은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