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억제·고용 회복 큰 난제로
- 통화 긴축 정책·금리 인상 촉각
- 부의장에 ‘진보파’ 브레이너드
- 나스닥 1.26%↓… 뉴욕증시 휘청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차기 수장이 제롬 파월(68·사진) 의장 유임으로 결정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인플레 위기 속 정책 연속성을 택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직인 파월 의장을 차기 의장에 지명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내년 2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온건파’ 파월과 함께 연준 의장 후보로 꼽혔던 ‘진보파’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연준 부의장에 지명됐다. 파월 의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지지를 받아 무난한 연임이 예견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연준이 전염병 대유행의 충격을 완화하고, 미국 경제를 제 궤도로 올리기 위해 결단성 있는 조처를 해 (저의) 취임 후 지난 10개월간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며 파월 의장의 연임 이유를 밝혔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연준 이사가 된 파월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8년 2월부터 연준 의장을 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에 반대해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급격한 경기침체에 빠지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등 과감한 통화 완화 정책으로 경제 회복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화 완화 정책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교체라는 ‘모험’ 대신 안정적인 정책의 연속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AP는 “업무 연속성과 초당적 협력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평가했고, 블룸버그통신은 “전염병 대유행의 여파가 계속되고 30년 만에 가장 빠른 인플레이션으로 씨름하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파월 의장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는 취임 후 통화 완화 정책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을 연 2% 밑으로 유지하면서 약 50년 만에 최저치인 3.5%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인플레 억제와 최대 고용 달성이라는 연준의 양대 목표를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상황은 돌변했다. 대규모 재정 부양과 제로 금리 수준의 금융 완화 여파로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6.1%로 31년 만에 최대폭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규모 실업 사태는 상당 폭 개선됐지만 일터로 복귀하지 않은 사람이 많아 취업자 수는 여전히 전염병 대유행 이전보다 420만 명 적은 상황이다. 그 결과 3분기 임금 상승률은 연율로 약 6%에 달했다.
이 때문에 물가 상승과 최대 고용이 ‘2기’ 파월 의장의 가장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연준은 그간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봐 금리 인상 대신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라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단을 써왔지만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극약처방’ 결단이 불가피하다. 당장 내년 6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고자 통화 긴축 정책을 쓰면 물가는 잡을 수 있지만 고용은 줄어든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상하면 고용 회복에 비중을 둔 바이든 대통령과 충돌할 수도 있다. 초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주식이나 다른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의 부를 키우며 소득 불평등을 심화했다는 지적도 파월 의장으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월 의장이 연준의 107년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까다로운 경제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어느 하나라도 실수한다면 경기 팽창을 끝내고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 연임이 발표됐으나 뉴욕 증시는 휘청거렸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27포인트(0.05%) 오른 3만5619.25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2.68포인트(1.26%) 떨어진 1만5854.7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선정 기자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