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까지 추가하락 우려 밝혀
- 전쟁·코로나·공급망 대란 요인
- “물가 상승·저성장 취약 개도국
- 현상황 70년대 오일쇼크 비슷”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추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했다. WB는 현재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1970년대 오일쇼크 때에 비견된다고 밝혔다.
WB는 7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이라는 수정치를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 3.2%보다 더 떨어진 수치며, 1월 4.1%와 비교해 5개월 새 1.2%포인트나 하락했다. 권역별로 선진국은 연초 대비 1.2%포인트 떨어진 2.6%,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도 1.2%포인트 하락한 3.4%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별로는 특히 전쟁 중인 러시아가 11.3%포인트 떨어진 -8.9%, 우크라이나는 무려 48.3% 하락한 -45.1%로 예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7%로 낮췄다. WB의 내년과 2024년 세계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각각 3.0%로, 작년(5.7%)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2.7%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는 1976년부터 1979년까지 나타났던 침체 속도의 2배를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제 성장률은 80년 만에 가장 급격한 둔화라고 부연했다.
WB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했다. 통화 긴축이 가속화하고, 유럽이 에너지 수입 중단에 직면하며, 중국이 다시 봉쇄에 나서게 되면 올해 성장률이 2.1%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1.5%로 절반으로 뚝 떨어질 수 있다.
WB는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봉쇄, 공급망 교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성장을 해치고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WB는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면서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 이렇게 되면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 불안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Stagnation) 속 물가가 상승하는(Inflation) 현상으로, 주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올라가고 생산 위축으로 성장률이 부진할 때를 뜻한다.
WB는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던 1970년대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말 스태그플레이션 때 주요 선진국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림에 따라 1980년대 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일련의 금융위기가 왔는데, 현재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하는 미국의 조처가 개발도상국에 금융 부담을 키우는 상황과 같다. 또한 물가 상승이 심했고,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한 점도 당시와 비슷하다.
다만 달러 약세였던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은 전쟁 등 위기 속 강세를 보이고, 물가 상승 폭이 당시보다는 작다는 점은 다르다고 WB는 말했다.
WB는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금융 위기를 촉발, 국제 경제의 급격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생산을 장려하고 투자 제한을 없애는 한편 취약계층에 대한 지출을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 조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제한, 원유·식량 가격 완화, 부채 경감 등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