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22세 백인 용의자 조사
- 바이든 “총기 폭력과 싸울 것”
미국 전역이 ‘국가 생일’을 맞아 축제 분위기로 들뜬 독립기념일에 시카고 교외에서 기념 행진을 겨냥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져 3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최근 잇단 총격 참사 이후 초당적 총기 규제 법안이 마련된 지 9일 만에 또다시 대형 사건이 터진 것이어서 미국 사회의 충격파는 더 컸다.
AP 로이터통신 CNN방송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4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의 하이랜드파크 경찰은 독립기념일 퍼레이드에서 총격 사건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적지 않아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인근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행렬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한 혐의로 이 지역 출신 22세 백인 남성 로버트 E. 크리모 3세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시카고 외부 고속도로에서 발견돼 체포됐다. 이 건물 옥상에는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성능 소총 1정이 발견됐다. 30발 정도의 고속 연사가 두 차례 반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랜드파크는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부촌으로 주민 3만 명 중 90%가 백인이다.
경찰에 따르면 행진이 시작된 지 10여 분 뒤 총격이 시작됐다. 총성이 울리자 수백 명의 행진 참가자가 비명을 지르며 의자 유모차 담요 등을 내팽개치고 대피했다. 레이크카운티 중범죄 태스크포스(TF)의 크리스토퍼 코벨리 대변인은 “(이날 총격이) 완전히 닥치는 대로 벌어졌다. 용의자 1명의 단독 범행으로 본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작년 유튜브에 이번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영상을 올린 것으로 조사돼 “또 예고된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커진다. 총격범은 작년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선 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5월 뉴욕주 슈퍼마켓 총격으로 10명이, 텍사스주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21명이 각각 사망한 바 있다. 뉴욕주와 텍사스주 총격범은 모두 18세 남성이었다.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 소속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미국의 축제가 미국 고유의 병폐 때문에 완전히 망가졌다. 독립은 1년에 한 번씩 기념하는데 대형 총기사건은 일주일마다 치르는 전통이 돼버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번 독립기념일에 미국 사회에 또다시 슬픔을 안겨준 무차별적인 총기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나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생명을 살리는 조치가 포함된 초당적 총기 개혁 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 총기 폭력 확산과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총기를 사려는 18~21세의 범죄기록 조회를 강화하고, 21세 미만 총기 구매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최소 열흘간 당국이 검토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총기 규제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법이 실질적으로 진전을 보인 것은 1993년 돌격소총 금지법 이후 29년 만에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