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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휘고 아스팔트 녹고…유럽 덮친 치명적 ‘열파’

기후변화 재앙 강도 더 세져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7-20 20:04:41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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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佛·獨 40도 넘는 곳 속출
- 스페인·그리스 대형산불 비상
- 伊는 빙하 녹고 최악가뭄까지

유럽이 사상 최악의 폭염과 대형 산불로 몸살을 앓는다. 작년 100년 만의 대홍수를 겪었던 유럽에서 기후변화 재앙 강도가 매년 점점 세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최고 기온이 40.2도를 기록한 가운데 냉방시설이 없는 도심 지하철역에서 승객이 부채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영국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철로 이상을 우려, 시민에게 지하철 등 철도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EPA 연합뉴스
BBC방송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영국 기상청은 중부 링컨셔주의 코닝스비 지역 기온이 19일 오후 4시(현지시간) 기준 섭씨 40.3도를 찍으며 자국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9년 케임브리지의 38.7도였는데, 이날 오전 런던 남부 서리 지역에서 기온이 39.1도로 측정되며 기록이 깨졌고, 이보다 더 높은 기온을 보인 곳이 나타난 것이다.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 히스로가 40.2도를 기록하는 등 여러 곳에서 40도가 넘었다. 34개 기상청 관측지점에서 기존 기록이 경신됐다.

폭염으로 영국은 철도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취소·축소했다. 뜨거운 열에 철로가 휘고 도로포장이 녹아 안전운행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런던 외곽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도 났다.

영국 당국은 지난 17일 자정을 기해 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 적색경보를 사상 처음 발령했다. 영국 기상청 스티븐 벨처 최고 과학 책임자는 “연구에서는 영국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는데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런 극단적 기온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임페리얼칼리지의 기후과학자 프리데릭 오토 교수도 “수십 년 후에는 이 정도면 상당히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도 서부 대서양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40도가 넘는 곳이 속출했다. 기상청은 이날 프랑스 전역 64개 지역에서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고 밝혔다. 파리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40.1도로, 150년 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세 번째(2019년 7월 25일 42.6도, 1947년 7월 28일 40.4도)로 더운 날로 기록됐다. 보르도가 있는 지롱드에서는 지난주 시작된 산불로 200㎢ 규모의 숲이 불에 탔다. 독일 본도 낮 기온이 40도를 찍었다.

스페인 북부와 중부, 그리스 등에서는 고온건조한 날씨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아직 진압되지 않고 있다. 그리스 산불은 수도 아테네에서 27㎞ 떨어진 펜텔리 지역에서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압에 나섰다. 포르투갈 북부를 덮친 대형 산불은 300㎢를 태우고 꺼졌다. 포르투갈의 지난 14일 최고 기온은 47도에 달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최근 일주일간 온열질환 사망자는 1100명을 넘었다.

이탈리아 북부도 폭염과 70년 만의 최악 가뭄에 시달린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 인근과 중부 토스카나, 북동부 트리에스테 등에서도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지난 3일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산맥 마르몰라다 정상(해발 3343m)에서 빙하가 떨어져 등반객 11명이 숨지기도 했다. 전문가는 예년보다 높아진 지구온난화를 빙하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유럽 폭염이 19일 정점을 찍고 다음 주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지병이 있는 노인층에서 사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작년 여름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200여 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튀르키예에서는 대형 산불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잇따르는 기상이변을 두고 과학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폭염을 부르는 ‘열파(heatwave)’ 발생 가능성을 키웠다고 해석한다. 지난달 국제저널 ‘환경연구 기후’에 관련 논문을 실은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나타나지 않던 때보다 최근 열파가 3배가량 더 많이 생겨났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을 덮친 열파는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일부분이 분리돼 포르투갈 서부에 강한 저기압을 만들었고, 이 저기압이 남쪽의 더운 공기를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에 뿌린 결과라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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