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사법체계 무기화” 반발
- SNS에 출마 암시 동영상 공개도
- 공화, 법무장관 사퇴·탄핵 압박
- 민주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아”
전례 없는 압수수색 수모를 겪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앞당겨 위기 돌파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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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FBI의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9일(현지시간) AP통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 연방수사국(FBI)이 전날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 등으로 플로리다의 트럼프 전 대통령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단행했다. 미 법무부는 압수수색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미 국립문서보관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기록물을 상습적으로 훼손하는 등 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한 의혹을 제기하며 법무부에 수사를 의뢰해 연방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FBI가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강제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 연방하원특별위원회도 ‘1·6 의사당 폭동’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일부가 훼손되고, ‘국가기밀’로 표시된 일부 문서 등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반출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선 출마 암시 동영상 올려
FBI가 전 대통령을 상대로 압수수색이라는 강제 수단까지 동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차기 대선 재출마를 통해 정치 재기를 모색하는 트럼프로서는 수사 결과가 정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록물은 일상적이고 정례적인 과정을 통해 넘겨받았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사법 체계를 무기로 활용하는 직권남용이다. 나의 2024년 대선 출마를 간절하게 저지하고 싶은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면서 전날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쇠퇴하는 국가(A nation in decline)’라는 3분짜리 2024년 대선 출마 암시 동영상을 올렸고, 9일 지지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결집 및 정치 모금을 호소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기 대선 출마 선언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음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이번 압수수색이 그의 출마 선언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이 측근 사이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첩첩산중’ 트럼프
문제는 트럼프 관련 수사가 기록물 반출 사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6일 지지자의 연방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법무부 수사를 받는다.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뒤 가짜 선거인단을 만들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방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데, 이와 관련 조지아주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국무장관 등에게 자신이 패배한 대선 결과를 뒤집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이 자산 가치를 조작해 대출이나 세금 납부 과정에 이익을 얻었다는 혐의로 뉴욕주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의 1·6폭동 진상조사 특위가 법무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의견을 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다음 대선으로 가는 가도가 ‘첩첩산중’인 셈이다.
■압수수색,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
트럼프 전 대통령 압수수색은 미 정치권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공화당은 이번 압수수색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정치적 의도를 지닌 부당한 행위”라며 비난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FBI를 관할하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을 향해 “법무부가 정치를 무기화하는 용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중간선거에서 다수석을 차지하면 이번 압수수색을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갈런드 장관의 사퇴나 탄핵을 압박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조차 “미 역사상 어느 전직 대통령도 자택이 급습당한 적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FBI를 옹호한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NBC방송에서 “우리는 법치를 믿는다. 대통령,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캐럴린 멀로니 민주당 하원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정보를 잘못 다뤄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의혹은 조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엄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