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다. 향년 9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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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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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 여왕은 밸모럴성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이었으며 불과 이틀 전인 6일에는 웃는 얼굴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임명하며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일 오후 의료진의 건강 염려 권고가 나왔다. 여왕은 지난해 4월 남편 필립공과 사별한 뒤 급격히 쇠약해졌으며 올해 초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 국장은 여왕 서거 10일 뒤인 오는 18일 치러진다. 서거 닷새 후인 13일부터 5일간 유해가 웨스트민스터홀에서 하루 23시간 동안 일반에 공개돼 일반인에게도 조문 기회가 주어진다.
왕위는 계승권자인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찰스 3세로서 국왕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대관식은 몇 개월 뒤 열릴 예정이다. 찰스 3세는 성명에서 “친애하는 나의 어머니 여왕의 서거는 나와 가족들에게 가장 슬픈 순간”이라며 “우리는 소중한 군주이자 사랑받았던 어머니의 서거를 깊이 애도한다. 애도와 변화의 기간, 우리 가족과 나는 여왕에게 향했던 폭넓은 존경과 깊은 애정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받고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 여왕으로부터 임명된 트러스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연설하면서 “여왕은 세계인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여왕은 바위였고 그 위에서 현대 영국이 건설됐다. 여왕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힘을 줬다. 여왕은 바로 영국의 정신이었고, 그 정신은 지속될 것”이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찰스 3세 국왕에게 충성심과 헌신을 바친다”고 말했다. 밸모럴성과 런던 버킹엄궁 등 앞에는 애도 인파가 모이는 등 영국 국민은 큰 슬픔에 잠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종교계 지도자의 애도도 쏟아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재위 기간 70년으로 영국 최장 집권 군주로 기록된다. 영연방 국가를 순방 중이던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25살 젊은 나이에 케냐에서 왕위에 오른 뒤 70년 216일간 재위했다. 전 세계로 치면 프랑스 루이 14세 다음으로 두번째로 길게 재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재위 기간 냉전과 공산권 붕괴, 유럽연합(EU)의 출범과 영국의 탈퇴 등을 겪는 등 그 자체로 격동의 현대사 산증인이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 단결을 끌어냈고,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내 국민의 큰 존경을 받았다. 영연방을 결속해서 영국이 대영제국 이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했고, 미국 대통령 14명 중 13명을 만나고 유엔 연설을 하는 등 외교 무대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1999년에는 영국 군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우리 국민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국 수교 11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여왕은 경북 안동에서 생일상을 받고 사과나무를 심었으며 안동 하회마을, 서울 인사동 거리, 이화여대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