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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리 불신임안 모두 부결, 마크롱 연금개혁 겨우 관철

‘정년 62→64세’ 법안 하원 통과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3-03-21 19:15:2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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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위헌 여부 요청, 국민투표 검토
- 파업·시위 격화…국정운영 발목

프랑스 연금개혁법을 밀어붙인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하원에서 부결됨에 따라 은퇴연령을 64세로 2년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개혁법안이 자동 통과됐다.

하원이 20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친 첫 번째 총리 불신임안에는 278명이 찬성,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집권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으므로 모든 야당이 찬성하면 가결할 수 있었으나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우파 야당 공화당(LR)이 함께하지 않아 부결됐다. 이어 하원은 극우 성향의 야당 국민연합(RN)이 별도로 발의한 불신임안도 표결했으나 94명 찬성에 그쳤다.

정부가 의회 입법 절차를 건너뛰면서까지 연금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반발, 야당은 총리 불신임안을 올리는 초강수를 뒀으나 연금개혁법안 통과를 막지 못한 셈이다.

앞서 연금개혁법안은 상원은 통과했지만 하원에서 막혀 양원 동수위원회가 최종안을 낸 바 있다. 최종안을 두고 상원은 통과됐지만 하원에서는 부결이 우려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는 지난 16일 하원 표결을 앞두고 의회 투표를 패싱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보른 총리는 연금개혁 법안에 긴급한 상황이라 판단,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 조항(제49조3항)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대하는 의원은 내각 불신임안을 낼 수 있는데, 과반 찬성을 얻으면 법안은 취소되고 총리 등 내각은 사퇴해야 한다. 야당은 총리 불신임안으로 맞대응했지만 결국 부결되면서 정부가 제출한 연금개혁 법안은 의회를 통과한 효력을 갖게 됐다.

가결된 프랑스 연금개혁법에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연장하며,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한 기여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기로 한 시점을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금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받는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연금제도를 지탱할 재원을 확보할 수 없다고 정부 측은 계속 강조해왔다. 근로 기간을 늘리는 대신 올해 9월부터 최저연금 상한을 최저임금의 85%로 10%포인트 인상하며,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하면 조기퇴직을 할 수 있고, 워킹맘에게 최대 5% 연금 보너스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조항도 있다.

마무리 절차인 헌법위원회(우리나라 헌법재판소 격) 승인이 남은 가운데 뉘프와 국민연합 등 야당은 위헌 여부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도 있어 연금개혁 시행 시점이 예정된 올해 9월보다 더 늦춰질 수도 있다.

대표 공약인 연금개혁을 관철했지만 이 과정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입은 ‘내상’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R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등을 돌려 앞으로 국정운영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무엇보다 하원 투표를 생략,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듯한 일 처리 과정이 국민 실망감을 낳았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가 지난 18, 19일 BFM 방송 의뢰로 18세 이상 프랑스인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9%가 이같이 답했다고 밝혔다. 연금개혁 강행으로 2018년 이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018년 노란조끼 시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는 주간 르주르날뒤디망슈(JDD) 의뢰로 조사한 결과 마크롱 대통령에게 만족한다는 응답률이 28%로 지난달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국민 반발은 확산한다. 연금개혁법안 통과 소식이 알려진 이날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곳곳에서는 “마크롱 사퇴”를 외치고 길거리 쓰레기에 불을 붙이는 등 기습시위가 열렸다. 이달부터 교통 에너지 정유 환경미화 등 부문의 일부 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주요 8개 노동조합은 오는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제9차 시위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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