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ICJ는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청을 검토해 6개 항목의 임시 조치 결정을 내렸다. ICJ는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살해와 심각한 신체·정신적 상해 등 제노사이드협약(CPPCG)이 금지한 행위를 방지할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또 이스라엘에 자국 군대가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않도록 조치하고 직접적·공개적 선동은 방지·처벌하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요구했다. 다만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ICJ의 임시조치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일종의 가처분 명령이다. 하지만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딛고 태어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비슷한 인종청소를 자행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여서 충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ICJ의 명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ICJ의 사건 심리 준비상태는 세계의 많은 사람이 홀로코스트(2차대전 당시 유대인 집단학살)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증명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교훈을 얻었다. 그 교훈의 핵심은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31일 회의를 열고 ICJ의 임시 명령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ICJ의 결정은 구속력을 갖지만 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명령을 집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집행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의 표결을 통하는 것이지만 실현될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