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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직원이 하마스와 내통 의혹…서방, 가자구호 잇단 중단

“12명, 작년 이스라엘 기습 연루”…이스라엘 제보로 유엔 자체 조사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24-01-30 19:19:09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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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英 등 기부 끊고 긴급감사 촉구
- 팔 난민구호기구, 당사자들 해고
- 100만 난민 숙식·의료 대책 호소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유엔 구호기관의 중립성을 의심하는 주요국이 기부금 지급 중단 방침을 잇따라 발표한 데 이어 긴급 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악의 경우 UNRWA가 운영을 멈춘다면 가자 난민 수백만 명에게 사실상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에릭 마메르 유럽연합(EU)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의혹과 관련해 유엔 자체 조사와 더불어 EU 집행위원회가 임명한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감사가 수행돼야 할 것”이라며 “이는 분명 시급한 조치로, 지체 없이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마메르 대변인은 이 같은 조치의 추이를 봐 가면서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까지 UNRWA 주요 지원국 25개 중 지원금 지급 중단이나 보류를 선언한 국가는 12곳이다. 단일국가로는 작년 기준 연간 기부액이 가장 컸던 미국(3억4000만 달러·약 4500억 원)부터 독일 일본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등 기부액 상위권 국가 중 절반이 기부 손길을 끊었다.

UNRWA 직원들의 하마스 연계 의혹은 지난 26일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이 하마스의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과정에서 UNRWA 직원 12명이 연루됐다는 의혹 정보를 이스라엘에서 받아 자체 조사 중이라고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UNRWA가 즉각 해당 직원들을 해고하고 곧장 조사에 착수한 점에 비춰 의혹의 개연성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UNRWA가 입수한 정보는 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로부터 얻은 것인데 공교롭게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방지할 조처를 하라고 명령한 직후 불거졌다. 이스라엘이 국제 여론에 반전을 꾀할 의도로 제보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엔은 연루된 직원들의 잘잘못을 가려내고 엄정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파문을 가라앉히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지원을 끊는다는 나라가 잇따르고 자체 조사에 그칠 게 아니라 독립적인 감사까지 벌이라는 요구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지원금이 끊기면서 당장 UNRWA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가자지구 난민 수백만 명의 앞날도 위기에 처했다. 현재 가자 주민 최대 200만 명이 UNRWA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 중 UNRWA로부터 머물 곳과 음식, 의료 서비스까지 제공받고 있는 이들은 100만 명에 달한다. 지원 중단은 난민들을 향한 ‘사형 선고’라며 지원을 계속해달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UNRWA는 성명에서 “자금 지원이 재개되지 않으면 내달 말 이후로는 가자지구를 포함한 UNRWA의 활동 지역 전역에서 진행하던 모든 구호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지원 중단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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