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발표 전 CCTV 제거설
- 추모열기 확산…참가자 탄압
- 한 달 앞둔 대선 영향 촉각
- 서방은 타살 의혹 등 제기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추모 열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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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 사진. AFP연합뉴스 |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현지 인권단체 ‘OVD-Info’를 인용해 러시아 32개 도시의 추모 행사에서 총 400명 이상이 끌려가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경찰 추산 500∼600명이 러시아 대사관 앞에 나발니의 사진과 꽃을 놓고 촛불을 켠 채 추모했다. 영국 런던과 폴란드 바르샤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전역에서 나발니를 추모하고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다.
앞서 지난 16일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나발니의 시신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 측근들은 그가 살해됐으며 러시아 당국이 흔적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신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했다고 발표되기 이틀 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당국자들이 해당 교도소를 방문해 일부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 연결을 끊고 해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모든 것이 사전에 계획되고 조율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추모 열기와 의혹이 커지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나발니는 2011년 반부패재단을 창설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 등의 혐의로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2021년 1월부터 복역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5선이 유력한 대통령 선거(3월 15∼17일)를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사망 소식이 전해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타살 의혹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하며 침묵하는 모양새다. 반면 서방은 대체로 나발니 사망을 의문사로 규정하고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한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그는 자국민의 반대를 두려워하는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에 의해 서서히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완전히 광기”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발니의 죽음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실질적으로 남아있던 푸틴의 마지막 정적이 제거됐다”며 “그의 죽음이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공고하게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