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대통령 위상 더욱 강화
- 러 야권 대항마 찾기 분주
옥중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시베리아 북부 살레하르트 마을 병원에 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적 나발니가 의문사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더욱 대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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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옥중 사망한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던 여성이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라트비아에서 발행되는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은 18일(현지시간) 구급대원인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나발니의 시신에 멍 자국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나발니의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한 흔적이라며 “그들(교도소 직원들)은 그(나발니)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아마도 심장 마비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지난 16일 산책 후 쓰러졌으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살리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나발니의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제보자는 나발니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나발니의 시신을 보지는 못했으며 동료로부터 정보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국제 무대에서 남편 죽음의 부당함 등을 전 세계에 타전한다.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극우 논객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전이 그들(서방)에게는 전략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는 운명·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런 강경한 모습에 대해 최대 정적이었던 나발니가 사라지면서 정치적 입지를 안정화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얻어 더욱 공격적인 시도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 나발니의 죽음으로 러시아 내 야권 세력은 더욱 타격을 받게 됐고, 다음 달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또다시 6년의 임기를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부터 총리직(2008~2012년)을 포함해 24년간 러시아를 통치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대선으로 연장된 임기까지 마치면, 29년간 소련을 통치한 이오시프 스탈린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국내 정치적 장악력을 강화한 푸틴 대통령에게 대외적 여건도 나쁘지 않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최근 도네츠크주의 아우디이우카 점령을 현실화하며 유리한 전황을 맞고 있다.
서방국들은 경제 제재 등을 통해 러시아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고 시도해 왔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와 관계를 강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우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의 위상이 강화되자, 나발니를 대신할 반체제 운동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야권에서 주목하는 인물들을 소개하고 “나발니의 죽음은 절망적인 순간에 야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항해 전에 없이 단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야권은 푸틴 정권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대선이 치러지는 다음 달 17일 정오에 일제히 투표소에 나와 ‘정오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