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협상 등 평화적 해결 요원
- 국제사회·美 통제력 약화 한몫
지난해 10월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전쟁이 1년을 맞이하면서 이제는 휴전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아니라 중동 전체로 번진 ‘제5차 중동전쟁’을 걱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을 벌이고 있고, ‘주적’ 이란과도 직접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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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자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6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시민들이 전투기 소리를 듣고 급히 피신하는 모습. AFP AP 연합뉴스 |
■가자 초토화… 가자 인구 6% 사상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으로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약 1200명이 숨지고 250명 넘게 인질로 가자에 끌려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의 지상전에 나섰다. 이스라엘군 지상 병력은 가자 북부에서 시작해 올해 5월 이집트 쪽 유일한 통로가 있는 최남단 라파까지 이르렀다. 하마스와 관련됐다며 난민촌 학교 병원 가리지 않고 폭격해 민간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5일 기준 팔레스타인 주민 중 전쟁 사망자가 4만1825명, 부상자가 9만6910명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 인구 6% 이상이 죽거나 다쳤고 1만 명이 실종됐으며 의료시설은 절반만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초유의 사면전
가자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함께 ‘저항의 축’을 형성한 헤즈볼라로 눈을 돌렸다. 지난달 17, 18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통신수단인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23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각지를 융단폭격하며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했고 나흘 뒤인 27일 베이루트 남부를 폭격,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했다. 헤즈볼라 지휘부가 와해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보병·전차 병력을 투입, 2006년 이후 18년 만의 지상전을 시작했다. 지난 4일 레바논 정부는 최근 3주도 안 되는 기간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9000명 안팎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어린이 127명을 포함해 1400명이 넘고, 부상자는 7500명에 이른다.
또 이스라엘은 지난 4월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대사관 영사부 건물을 폭격해 이란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다수가 죽었다. 이란은 같은 달 13, 14일 미사일과 드론 320여 기를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보복 공습했다. 이어 지난 1일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등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며 또다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은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확전하는 양상이다. 예멘 친이란 반군까지 포함한다면 이스라엘은 동시에 4개 세력을 상대하는 초유의 ‘사면전’을 치르고 있다.
■중동 역학 바꾸려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때부터 계속된 중동 이슬람 국가와의 민족적·종교적·역사적 분쟁의 승패를 이번 전쟁을 계기로 결정지으려는 듯하다. 이스라엘은 최종적으로 이란에 대해서까지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숙원과 같은 결심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선을 포기한 후 급속히 힘이 빠지면서 미국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할 내년 1월까지 이스라엘은 외부의 제어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안보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