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뭐라노] 교황이 남긴 ‘100달러’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4박 5일간 방한 일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8월 18일 서울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국제신문 DB
위 사진을 먼저 보시죠. 2014년 8월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차림새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그 장면을 정확히 기억하려 국제신문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습니다.

4박 5일간 방한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인사하는 모습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죠. 교황의 겸손과 청빈. 그는 교황의 상징인 금 십자가 대신 20년 된 철제 십자가를 목에 걸었습니다. 소지품을 넣은 낡은 손가방을 내내 직접 들고 다녔죠. 역시 교황을 상징하는 빨간 구두, 그 화려함도 없었습니다. 평범한 검은색 구두를 신었습니다.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 가슴엔 ‘노란 리본’ 배지가 달렸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우리나라를 무겁게 짓누르던 당시. 방한 이틀째 세월호 유가족에게 받은 노란 리본을 가슴에서 한 번도 떼지 않았습니다. 교황은 배지를 달고 반나절쯤 지나자 누군가가 ‘중립을 지켜야 하니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소개하면서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소박했고, 낮은 곳에 있었고, 아픔을 위로했습니다.

2014년 8월 14일 서울공항으로 입국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국제신문 DB
교황은 고급 의전 차량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체구가 큰 편인데도, 1600㏄급 ‘작은’ 국산 차를 탔죠. 방탄 처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비싼 차를 사기 전에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 어린이들이 얼마나 많이 굶어 죽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동할 때는 예정된 헬기가 아닌 KTX를 이용했습니다. 일반 승객 500여 명과 함께였습니다.

교황의 4박 5일간 행보는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였죠. 우리 국민은 교황의 언행에 감동했고, 소탈함과 배려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11년 전 한국에서 보여준 교황의 모습은 즉흥적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후 남긴 재산 100달러(14만 원)가 모든 걸 말해줍니다. 평생 청빈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통상 추기경의 월급은 4700달러(671만 원)에서 5900달러(843만 원) 선입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이후 교황청에서 무보수로 봉사했습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교황은 즉위 전까지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했고, 2001년 추기경에 서임 된 후에도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하네요.

교황명이 ‘프란치스코’인 것에서도 성품을 알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1181~1226년)는 이탈리아 아시시 출신으로, ‘가난한 자들의 성자’라고 불립니다. 그는 화려한 바티칸 내 교황 전용 숙소를 마다하고 교황청 사제 기숙사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거주했습니다.

23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조문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방한 당시 우리 사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매료된 이유를 ‘리더십’에서 찾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절망적 상황 속에 진정한 ‘어른’ ‘지도자’에게 의지하고 위로받고 싶은 심리가 작동했다는 거죠. 11년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에 이런 어른, 이런 지도자가 있을까요. 낮은 자를 섬기고 청빈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리더가 있을까요.

전직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후보로 나선 이들은 날마다 가시 돋친 말로 서로를 비방하고, 국민에게 상처를 줍니다. 어떨 땐 상대를 마치 ‘악마’처럼 취급합니다. 이들이 국민을 배려하고, 섬기며, 위로할 수 있을까요.

지난해 극심한 경기 침체에도 국회의원은 10명 중 8명꼴로 재산이 늘었습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회의원 299명 중 231명(77.3%)이 전년보다 재산이 증가했습니다. 162명이 1억 원 이상 재산을 불렸습니다. 놀라운 재테크 능력입니다. 이들이 낮은 곳에 스며들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100달러’. 이 돈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야겠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8. 8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9. 9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10. 10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6. 6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7. 7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8. 8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9. 9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10. 10선관위 특검, 중앙선관위 등 7곳 압수수색…투표자수 허위입력 확인”
  1. 1[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2. 2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3. 3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4. 4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5. 5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6. 6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7. 7‘8% 넘게 폭락’ 두 달만에 코스피·코스닥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8. 8“밀양·부산 내륙 기행” 인기 폭발… 1~9월 6000여 명이 열차 이용
  9. 9[속보]“편의점 김밥 잘 골라야”… 속 재료·영양·가격 등 제품마다 제각각
  10. 10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7. 7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8. 8해인사, 팔만대장경 한 본 더 제작한다…29일 판각 시작 알리는 고불식
  9. 9근무 중 헬스장 222차례 간 경감…법원 “강등 정당”
  10. 10고성 출신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 자랑스런 경남인상 수상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