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무심코 던진 그물에 걸려든 보물같은 /신주선

어느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찰리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9 21:25:23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른다. 표지나 추천사, 처음 몇 쪽만 보고 책을 고르는 일은, 속이 안 보이는 깊은 바다 속에 그물을 던져 넣는 일과 닮았다. 때로는 펄떡거리는 싱싱한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지만, 운이 나쁘면 앙상한 생선 뼈다귀나 헌 고무장화가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또 때로는 큰 기대 없이 펼쳤던 책이 놀라운 보물로 밝혀진다.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처럼.

열두 살 소녀 미란다는 퀴즈쇼에 나가려는 엄마의 연습을 돕고, 단짝인 샐과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집 근처 노숙자가 무서워 길을 빙 둘러가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미란다와 샐이 집에 가는 길에, 한 소년이 다가와 아무 이유 없이 샐을 때린다. 그때부터 샐은 자기 집에 틀어박혀 미란다에게 서먹하게 군다.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미란다는 이전에 스쳐 지나가기만 하던 사람들을 더 가깝게 알게 된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과보호라고 느끼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앤머리. 은시계나 예쁜 초록색 부츠로 미란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안에 외로움을 품고 있는 줄리아. 그리고 미란다의 마음을 흔드는 쾌활한 소년 콜린. 늘 화장실에 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탓에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 앨리스. 물리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사람 관계에는 지독히 서툰 마커스. 그리고 어느 날인가부터 미란다에게 이상한 편지가 오기 시작한다.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답장을 쓰라고. 결코 지루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흘러가는가 싶던 이야기는 대단원으로 치달을수록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몰아닥친다. 그리고 독자는 마침내 알게 된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는 퍼즐이라는 것을. 그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먹먹한 감동을 안겨 준다.

독서 바람이 꾸준히 불고 있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 또 다른 경쟁의 장으로 이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른 무언가를 위한 도구로 쓰일 때 책의 매력은 반으로 줄어든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은 '소설처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읽다'라는 동사에는 명령법이 먹혀들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랑하다'라든가 '꿈꾸다' 같은 동사들처럼, '읽다'는 명령 때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아이 독자든 어른 독자든 아무 의무감 없이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을 만나, 그 안에 푹 빠져 즐겁게 읽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책이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가장 완벽하게 얻는 방법이므로.

이 책의 원제는 'When you reach me(당신이 내게 다다를 때)'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원제가 지닌 마음을 울리는 힘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도 간절히 누군가에게 다다르고 싶어질 것이라 믿는다.

동화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6. 6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7. 7[포토에세이] 국사봉 전망대서 본 옥정호 물안개
  8. 8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9. 9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10. 10‘민주항쟁도’ 이철호 작가, 18년 만의 재회
  1. 1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2. 2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3. 3[2026 국감 브리핑] 자격유지검사 않는 고령운수자 1400명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6. 6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7. 7‘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8. 8[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9. 9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0. 10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특례 폐지’ 법안 발의
  1. 1부산 트리플 환승 요충지, 43층 주거 랜드마크 ‘우뚝’
  2. 2신용점수 만점자도 이자 비상…마통 평균금리 5%대 ‘쑥’
  3. 3부울경 산학 기술력으로 누리호 성공 쐈다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 시대…‘머무는 관광’으로 질적 도약 모색
  5. 5누리호 5차 발사…군집위성 5기 모두 교신 성공(종합)
  6. 6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7. 7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0조 시대’ 임박
  8. 8홈플러스, 희망퇴직 돌입…MBK 경영권도 사라져
  9. 9근무시간에 사주 상담…HUG 직원 면직 처분
  10. 10주진모 B·GET 대표 “민관펀드로 K-팝 북항 아레나 조성해 관광수요 창출”
  1. 1부산 금정구·경남 통영시, 정부 인구감소지역 추가(종합)
  2. 2광안리보다 북항 먼저…부캉이가 바꾼 관광지도
  3. 3금융기관 해킹 IP 상당수 ‘세탁용’
  4. 4청소년 흡연장 된 사하구청 제2청사 옥상…구, 침입 사실도 몰랐다
  5. 5보일러 배기통 막혀 세입자 참변…法 “집주인 9억 배상”
  6. 6부산시 내년 생활임금 확정, 시간당 1만2729원…3.7%↑
  7. 7“북항 모빌리티, 원도심 연계해야…환승센터 전면 재설계를”
  8. 8전재수 “사직구장, 야구 중심 생활체육 메카로…북항엔 돔 아레나”
  9. 9농약·고혈압약 등 취수원 오염물질, 부산시 선제 차단
  10. 10부산 초중고에 생성형 AI 보급…사회정서교육 3배로 늘려
  1. 1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2. 2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3. 3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4. 4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5. 5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6. 6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7. 7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0. 10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