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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PIFF, 국내 다른 영화제와 소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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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11-01 20:22:1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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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루멧의 '허공에의 질주'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난 후 정리를 위한 여러 방식들이 있겠지만 다른 영화제에 참석해 보는 것은 영화제의 시간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어 준다. 올해는 지난달 27일부터 열린 제4회 서울가족영상축제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한국단편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을 맡게 돼 개막식부터 전반적인 운영을 살펴보게 됐다. 광화문과 신촌 연세대를 옮겨다니며 개최돼 온 가족영상축제는 가족을 테마로 한 영화들과 부대행사를 여는 국제영화제 중 하나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유지되어 온 이 영화제는 올해 새 프로그래머의 영입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좀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시드니 루멧의 '허공에의 질주'와 같은 상영작을 필름으로 본다는 것은 그동안 경험하기 어려웠던 즐거움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 영화를 본 세대는 가족을 이끄는 처지에서 영화를 다시 보게 될 것이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요즘 영화와는 다른 시대상과 스타일을 경험케 한다.

영화제의 또 다른 흥미로움은 '사람들'이다. 심사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영화감독들과 게스트들을 통해 필자는 자연스럽게 부산에 대한 후일담과 소회를 듣게 된다. 그들이 경험한 여타의 영화제와 비교하면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다음 영화제를 위한 좋은 참고가 된다. 물론, 여러 차원의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함께 심사하게 된 한 제작자는 자신의 영화가 왜 부산에서 상영되지 않았는지를 저녁 자리에서 물어오기도 했다. 이럴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최대한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를 통해 그를 설득할 수 있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만남은 없게 될 것이다.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언제든지 이에 대한 답변이 준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사람들과의 흥미진진한 만남을 뒤로하면, 영화제는 누가 뭐래도 영화와 만나는 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 개인적으로 올해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에서 가장 행복한 만남은 심사를 하게 된 단편들이 아니라 로맹 구필 감독의 신작 '핸즈 업'이었다. 2067년 미래의 시점으로 2009년에 프랑스 사회에서 일어난 현실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의 구조는 처음부터 무척 흥미로웠다.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을 바라본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설프고 엉망진창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틀을 갖춘 독특한 형식의 영화이다.

2009년의 프랑스 사회는 체첸의 이주자들로 뜨거웠다. 프랑스 정부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간주하고, 강제 추방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자살하거나 죽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체첸에서 온 자신들의 친구인 밀라나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연대하여 행동하기로 한다. 아이들의 순진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을 바꾸게 하고, 함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연대의 힘을 낳는다. 로맹 구필 감독은 이 영화를 본 아이들에게 친구를 고발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말은 우정과 연대의 힘이야말로 불의해 보이는 세상을 바꾸게 되는 동력이라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이해는 또 다른 우정의 힘으로 느껴졌다. 올해 가족영상축제의 새로운 프로그래머가 된 장병원 씨는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았고, 그때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상의해 주었다. 중요한 것은 영화제의 규모나 크기가 아니라 다양한 행사들이 서로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연대하는 게 아닐까 싶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규모나 여러 가지 면에서 국내에서는 가장 앞선 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고작 15회이다. 해외에는 이보다 더 오래된 무수한 영화제가 있다. 그들의 성장과 흥망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영화제 사이의 네트워크가 없다면 언젠가는 고립되고 말 것이다. 그러고 보니, 10월 말과 11월 초에는 작은 영화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기독교영화제, 초단편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핑크 영화제 등. 11월 초를 넘기면 더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은 여의치 않기에 몰린 탓도 있고, 부산을 전후로 피하다 보니 생긴 일정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가을을 만들어 갈 때 비로소 영화제의 힘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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