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에 실패해 무산위기에 처했던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다시 날개를 폈다. 새로운 제작사로 KINO2(대표 김종원)가 나서고 센추리온기술투자(주)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오는 3월 크랭크인 하게 됐다.
당초 태흥영화사가 제작하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을 맡기로 했던 '천년학'은 지난해 말 롯데가 투자를 포기하면서 태흥영화사와도 결별했었다. 새 제작사로 나선 KINO2는 영화전문지 키노(Kino Verite:영화 정신)의 정신을 계승해 설립된 신생 제작사. LJ필름의 총괄이사를 역임한 김종원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6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KINO2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임권택 감독은 "'천년학'의 제작 중단으로 말할수 없는 충격을 받았으나 국내외의 많은 영화인들이 함께 걱정해주고, 반드시 제작되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 감격스러웠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으며 내 영화 인생이 허망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기쁠 뿐"이라고 크랭크인 하게 된 소회를 밝혔다.
임 감독은 "'천년학'이 작품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60, 70년대 영화들까지 포함해 100번째이기 때문에 100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는 부여하고 있지 않지만 이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좋은 작품으로 완성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년학'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다시 제작 준비에 들어간 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배우를 교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하지 못했다"면서 "될 수 있으면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 온 사람들(오정해 김영민)과 함께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천년학'의 원작은 이청준씨의 79년작 '선학동 나그네'로, '서편제'로 유명한 연작소설 '남도사랑' 중의 한 편이다. 이미 영화화 된 '서편제'와 마찬가지로 소리와 한(恨), 눈먼 누이와 의붓오라비, 의붓아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년학'의 순제작비는 35억원으로, 센추리온기술투자가 60% 정도 투자를 맡고 나머지는 영진위가 현금 및 현물 투자형태로 지원한다. 그 밖에 전남 광양시와 장흥군이 세트장 부지 및 건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제작사는 전남 진도군과 제주도 등 지자체와도 지원 여부를 논의 중이다.
KINO2의 김종원 대표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거장의 작품이든, 신인의 작품이든 돈 때문에 제작이 중단되는 일은 가장 마음 아픈 일"이라면서 "좋은 영화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천년학'의 제작사로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광양과 장흥의 오픈 세트는 이미 완공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오정해(송화 역)와 신인 김영민(동호 역)이 주연으로 캐스팅 돼 있는 '천년학'은 오는 3월 중 전남에서 크랭크인 해 장흥군 광양시 진도군 제주도 등지에서 12월까지 촬영한다.
개봉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손정인기자 jison@kookje.co.kr
사진=이용우기자 jw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