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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9단의 토요 바둑이야기] 한중일 영토문제 정교한 수읽기 필요

홍보와 민간 교류로 ' 대마' 잡아야

  •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  |   입력 : 2006-09-15 19:56:3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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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보면 우리의 처지가 상당히 외롭고 고달픈 입장임을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의 고대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문제로 우리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고,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주변의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문제해결'의 모델인 바둑의 수를 읽는 방법으로 한중일 영토문제의 수읽기를 해 보면 어떨까 한다. 바둑에서는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하여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고, 적절한 목표를 세운 뒤 가능한 수단을 찾아 장차 일어날 변화를 추리하여 결론을 내린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이 어떤 수를 둘 때 그 의도와 원인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방문할 때 만주지방이 옛날 우리 땅이었다느니 하며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도 원인이 아니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목표를 세우는 일을 한다. 독도문제나 동북공정 문제에서 우리가 가야 할 목표를 명확하게 규정한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게 하고, 역사왜곡을 중지시키는 것이 목표겠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약간 다른 목표가 설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목표가 세워지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한다. 이 수단을 찾는 것이 바둑판에서나 현실세계에서 중요한 과제가 된다. 영토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은 전쟁이지만 이것은 우리가 택할 수 없는 방법이니 가능한 수단에서 제외해야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외교, 홍보, 교류, 경제면의 조치일 것이다.

외교적인 수단은 주변의 역학관계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불리한 일을 저지를 경우 외교적으로 손해가 가도록 조치하는 방법이며, 홍보는 사실을 널리 알려 명분을 얻는 방법이다. 교류는 민간교류나 학술교류 등을 강화하여 상대국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방법이고, 경제적 수단은 무역 등에서 제재를 가하는 방법이다.

각 방법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수읽기해 보아야 한다. 외교적 방법은 일본에 대해서는 중국의 힘을 빌리고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힘을 빌리는 방법인데 반대급부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홍보는 역사적 자료나 학자들의 연구를 세계에 널리 알려 일본이나 중국의 조치가 정수가 아님을 인식시키는 것인데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민간교류는 한류열풍을 살린 드라마나 관광 등을 통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비교적 쉬운 방법이다. 경제적 수단은 우리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체제임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결국 수읽기를 해보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최선의 수는 홍보와 민간교류를 통해 우리의 위치와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주변국의 관계를 면밀하게 고려한 외교적 압박카드를 곁들일 수 있다.

한반도의 영토문제를 대한 대략적으로 수읽기를 해 보았는데, 고수가 바둑수를 읽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듯 신중하고 정교한 수읽기가 필요할 시점인 것 같다. 대안 없는 비판을 앞세우고 사건이 날 때만 열을 올리는 태도로는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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