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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도 |
대마싸움은 바둑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문이다. 흑과 백의 돌들이 마치 전쟁터의 병사들처럼 생사를 걸고 싸울 때 팬들은 짜릿한 스릴과 쾌감을 맛보게 된다.
옛 선비들은 이러한 싸움을 까마귀와 백로의 싸움에 비유하여 '오로삼매(烏鷺三昧)'라고 했다. 흑백의 전투가 너무 재미있어 몰입의 경지인 삼매경에 빠져든다는 뜻. 아마추어 팬들은 이런 대마싸움이 벌어지면 대부분 즐거워한다. 설사 대마가 잡힌다 해도 싸우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풀며 재미를 느낄 수 있으므로 아쉬울 것은 없다.
이에 비해 승부를 업으로 하는 프로들은 대마싸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 수 삐끗하면 일거에 대마가 잡혀 패배로 치닫게 되므로 아마추어와 같은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다.
(1도) 최근 GS칼텍스배에서 김승준 9단과 이창호 9단이 둔 바둑이다. 김 9단이 흑1로 나와 3으로 끊은 장면. 백A의 축이 안 된다고 본 강경책.
집차지형인 이창호에게 싸움을 걸어 힘으로 승부를 겨루자는 뜻이다. 많은 기사들은 이창호를 만나면 의식적으로 전투를 건다. 이 수로부터 이 바둑은 순식간에 대마싸움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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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도 |
(2도) 축이 안 되자 이 9단은 백1에 씌워 응수를 했다. 하지만 흑2로 빠져 나오니 대응이 쉽지 않다.
백3으로 뻗자 흑6 이하로 끊어둔 후 흑14로 달아난다. 백21까지 포위하니 탈출은 불가능. 졸지에 흑돌의 생사가 걸린 심각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3도) 그러나 김승준 9단은 흑돌을 살리는 수단을 읽어두고 있었다. 흑1에 단수하고 3에 둔 수가 호수. 흑10에 두는 수가 중앙쪽으로 선수이니 백7로 단수하고 나가는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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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도 |
결국 백4로부터 외곽을 조이고 흑7로 백 네점을 잡는 결과가 되었다. 요석을 잡았으니 일단 전투를 도발한 흑의 성공.
만만치 않다고 본 이 9단은 백8로 붙여 단점을 커버한 뒤 백10에 젖혀 중앙 흑돌을 공격했다. 이후 이창호 9단은 상변에서 강하게 전투를 걸었는데 그 여파로 우변 일대의 거대한 백대마가 사경을 헤매는 힘겨운 상황이 전개되었다.
아슬아슬한 그 싸움에서 간신히 패를 내 위기에서 벗어났으나 이 싸움을 하는 동안 이창호 9단은 대마가 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아마추어는 대마싸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프로보다 행복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