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중국 광저우에 요한 후라는 중국인이 있었다. 미천한 신분인 요한 후는 19살에 가톨릭으로 개종했고 40살이던 1722년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예수회 소속 장프랑수아 푸케 신부가 선교활동 중 입수한 중국 원전을 편집하고 번역하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 프랑스로 동행하게 된다. 그러나 유럽으로 항해를 하는 동안 다른 유럽인의 식탁 접시에 오른 음식을 마구잡이로 집어먹거나 프랑스 선원과 격렬한 싸움에 휘말리며 난폭한 행동을 한다. 프랑스에 도착해서는 푸케 신부가 요구하는 원전 정리 작업은 하지 않은 채 도시를 돌아다니고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말을 훔쳐 타고 나가 도시를 질주하기도 한다. 여성들과 미사를 함께 보는 것을 불쾌하게 여겨 한자로 '남녀분별'이라고 쓴 북과 깃발을 만들어 거리 행진을 하기도 하고 교황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십자가상을 보고 엎드려 절을 하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돈키호테 취급을 받은 그는 1723년 봄 푸케 신부의 요청으로 샤랑통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됐다가 1726년에 석방돼 중국으로 귀환했다.
중국인 후의 기이한 유럽 편력은 요한 후의 유럽 기행을 통해 동서양 간의 문화적 접촉의 양상과 충돌하는 두 문화를 소개한 책이다. 예일대 석좌교수인 조너선 D. 스펜스의 'The Question of Hu'를 번역한 것으로 유럽과 중국의 교류 초기에 있었던 특이한 사건을 생생하고 정밀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스펜스는 단 두 통의 짤막한 편지만 남긴 요한 후의 '작은 사건들'을 바탕으로 거대한 역사적 사실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냈다. 주로 로마 바티칸과 프랑스 파리 및 영국의 대영도서관 문서보관소에 보관된 푸케 신부의 편지를 재구성해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시킨 것이었다.
이 책은 18세기 중국에서의 가톨릭 선교 전략의 문제와 예수회 내부의 알력, 광저우와 파리의 18세기 모습, 파리의 치안제도와 체포 영장의 폐해, 프랑스에서의 정신 이상자 및 사회 일탈자에 대한 사회적 취급 그리고 샤랑통 정신병원의 내부 구조와 모습 등이 현실감있게 재창조돼 있다. 요한 후라는 평범한 인물에 대한 역사의 편린을 통해 문화충돌과 의사소통 단절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인 후는 과연 미친 사람이었나'. 책을 읽다보면 어느덧 자신이 요한 후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