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 처치에 곤란을 겪는데 왜 다른 쪽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고통당할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기근으로 인해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 명꼴로 굶어죽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8억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에 놓여 있으며 2000년 이후에만 기아에 희생된 사람이 1200만 명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2배인 120억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책이 나왔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그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학 제3세계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지난 2000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을 맡아온 장 지글러(73)가 어린 아들 카림에게 들려준 기아의 진실을 담은 책이다.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빈곤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로 '아옌데의 비극'과 '상카라의 비극'이라는 두 역사적 사건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아옌데의 비극이란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민중의 지지를 받았던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이 개혁정치를 펴다 미국 CIA와 결탁된 자국의 군인들에 의해 피살된 사건이다. 아옌데는 1970년 15세 이하의 모든 칠레 어린이에게 하루 0.5ℓ의 분유를 무상제공키로 공약하고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에 우유 구매를 요청했다. 그런데 칠레에서의 분유 무상공급 성공사례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번져갈 것을 우려한 네슬레 등 다국적 기업과 미국 정부는 아옌데 정권을 고립시키고 아옌데를 제거했고 칠레의 어린이들은 다시 영양실조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됐다. 상카라의 비극도 이와 비슷하다.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인 부르키나파소의 청년 장교이던 토마스 상카라가 다른 친구 장교 3명과 함께 소위 '혁명'을 해 정권을 잡은 뒤 4년 만에 인두세 폐지와 개간 등을 통해 식량 자급자족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인접 국가에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한 프랑스 일부 세력의 배후조종으로 혁명 동지에 의해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 책의 해제를 쓴 성공회대 우석훈 외래교수는 '이 책은 기아에 관한 국제 전문가의 비망록이자 저자가 어린이 무덤에 바치는 참회록'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러한 기아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원인을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를 개도국의 발전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합의한 신자유주의 체제의 상징인 '워싱턴 합의'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소는 배를 채우고 사람은 굶는 구조, 조작되는 세계 곡물시장의 가격과 버려지는 식량,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기아를 악용하는 국제기업, 기아를 부추기는 아프리카에서의 전쟁, 북한의 기아 현실, 사막화로 인한 환경난민 등 기아 문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저자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롭게 탄생할 전지구적인 민간단체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인 연대만이 '워싱턴 합의'와 인권 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픔과 함께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힘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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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드리운 빈곤의 그림자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기아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8월 서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구호식량 포대를 넋을 잃고 바라보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