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사(人間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뉴스는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일순간 음지가 양지로 바뀌는 아찔한 반전에 뭇사람들은 마음을 빼앗기게 마련이다. 이번 주에도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그런 일이 한 건씩 일어나 널리 보도됐다. 한국 검찰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제기된 'BBK 의혹'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한 게 그렇다. 일단 이 후보는 한시름 놓았다. 앞으로는 어찌될지 알 수 없지만.
일본판 새옹지마의 주인공으로 외신면을 장식한 고구치 마사유키(30)는 대머리 프로복서다. 경기 도중 가발이 벗겨지는 바람에 망신당하고 해고되는 등 줄곧 횡액을 당하다가 보란 듯이 재기했다. 전적이 좋아지고 유명인이 되는 등 겹경사를 누린다고 한다.
조금 묵은 뉴스이긴 하나, 지난 6월 영국 ITV1의 노래경연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휴대전화 외판원 폴 포츠(36)가 우승한 얘기도 빠뜨려선 안되겠다.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예선 동영상이 소개돼 조회수가 일찌감치 500만 회를 넘어섰을 정도로 '폴 포츠 스토리'는 감동 그 자체였다. 볼품없는 외모에 중병까지 앓아 그토록 원하던 노래 부르기를 접었다가 재도전해 마침내 오페라 가수로 우뚝 선 폴 포츠는 전 세계에 희망을 쏘아 올렸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도 폴 포츠 동영상이 올라 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하게 검색될 정도로 여운이 길다.
이처럼 고구치 마사유키나 폴 포츠의 성공담에 뭇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역경을 이겨낸 영웅이기 때문만으론 부족하다. 대다수는 그들을 보며 훗날 자신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기쁨에 흥겨워한다. 지금 실패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그들을 보면서 은연중에 "나도 해낼 수 있어"라며 용기를 내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감성 넘치면서도 힘찬 목소리를 가진 폴 포츠에게 팬들이 보내는 뜨거운 환호는 자기에게 스스로 보내는 성원이기도 하다. 예서 그치면 아쉽다. 그들이 공유하는 성공 원인이 뭔지 곰곰 헤아려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럴 때 맨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노력'이다. 고구치 마사유키는 일본 슈퍼 페더급 챔피언 등극을, 폴 포츠는 전문 오페라 가수 데뷔를 위해 노력하며 여러 난관을 견뎠다. 세인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성과는 결코 거저 얻은 게 아니라는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 못했던 바로 그것이다.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돌아 보면서 '성공 인생'이 아니었다며 풀 죽은 이를 격려하는 책들이 있다. '돈을 부르는 실수의 성공학'(안의정 지음·머니플러스)은 성공한 동·서양 실패자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뤘다. 인터넷 사업으로 일본 최고의 갑부가 된 손정의, 실패한 세일즈맨으로 고전하다가 세계 최초로 일회용 면도기를 발명한 질레트, 아버지가 사망해 가족을 먹여 살릴 수밖에 없었던 패션계의 거장 루치아노 베네통, 말에서 떨어져 불구가 됐지만 걸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완성한 마가렛 미첼 등 27명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이들 27명은 성공과 실패가 동전의 양면임을 증명해 보인다. 성공이나 실패 중 하나만을 거듭하는 인생은 없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다시 한 번 실패하면 더 이상 못 일어설 것 같은 마음은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라는 얘기다.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새해를 앞두고 정신 무장을 위해 새겨둘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