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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S스튜디오에서 열린 2010 부산국제즉흥춤공연에서 신은주 씨가 즉흥춤을 선보이고 있다. S스튜디오 제공 |
"그게 정말이에요?"하고 놀라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4~26일 '2010 부산국제즉흥춤공연'이 춤꾼 신은주 씨가 운영하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S스튜디오와 부산대 등지에서 열렸다.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F·예술감독 장광열)와 S스튜디오가 함께 주최한 춤행사였다.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저녁 S스튜디오에서는 '컨택 임프로비제이션(Contact Improvisation) 공연'이 대미를 장식했다.
이 공연 직후 이 작품을 주도한 매리 오도넬 씨에게 "이 작품은 어디까지가 즉흥이고 어디까지가 춤꾼과 안무자 사이의 사전 약속인가" 물었을 때 그는 "이 작품은 순수한 즉흥(pure improvisation)이며 사전에 약속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답했고 기자는 그 답에 놀랐다.
오도넬 씨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서구의 포스트모던댄스 운동에 깊이 참여했으며 즉흥춤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와 함께 이날 작품에서 뛴 춤꾼들의 면면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에서 즉흥춤을 공연과 교육에 접목시켜 온 부산대 박은화(무용학과) 교수, 그리스와 네덜란드에서 오랫동안 즉흥춤을 공부한 뒤 현재 한국에서 즉흥춤을 전파하는 드문 인물인 양승희 씨, 부산의 중진 춤꾼들인 성은지 신은주 강미희 씨와 신진 강민욱 씨, 울산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웅 씨와 마리오 라미레스 등이었다.
이들은 관객 모두가 볼 수 있는 자리에 내건 전자벽시계를 한 시간으로 맞춰놓고 스톱워치처럼 거꾸로 가게 해놓은 뒤 정확히 한 시간 동안 춤을 췄다. 음악을 맡은 이세호 씨도 춤꾼들과 아무 약속 없이 즉흥으로 연주했다. 특히 이날 선보인 춤이 '접촉'을 뜻하는 컨택(contact)을 내세운 즉흥춤이었으므로 춤꾼들은 끊임없이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다. 그런 춤이 별 이질감 없이 관객들에게 흡수되면서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고 때로는 감정이입이 일어났다.
도대체 즉흥춤이 무엇일까. 오도넬 씨는 "즉흥춤은 인생과 비슷한 것"이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삶에 정해진 답이나 길이 없는 것처럼 즉흥춤도 무대 위에서 매 순간 새로운 동작과 전개를 선택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창의성이 발현된다. 일반인의 경우엔 심적 치유의 효과도 있어 미국 등 서구에서 즉흥춤은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춤의 고장' 부산에서 이 같은 접촉즉흥춤 공연이 정식으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에서 즉흥춤을 연구하고 시도해온 박은화 교수도 이 점을 확인해줬다. 장광열 예술감독은 "특히 접촉즉흥춤은 처음 본 춤꾼들끼리 무대 위에서 접촉을 감행하면서 즉흥으로 춰야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객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부산예고에서 춤을 전공하고 있는 손효림 조은채 양은 "무척 재미있었고 신선했다. 이런 공연은 처음 보았고 앞으로 춤을 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 장르의 춤이 사상 처음 부산에 소개된 이날 공연은 지역춤계가 주저 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돋보였고, 창의성을 캐어내고 치유의 가능성까지 가진 즉흥춤이 부산에서 더 적극적으로 소개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뜻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