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현장과 시각] 민규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장애우와 함께 나누는 `비사발`의 작은 기적

부산 '엔존비앤에프' 지적장애인·가족에 티켓 1000장 무료 기부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05-19 20:15:2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 서면 BB씨어터에서 상설공연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한 장면.
공연 직전 극장 관계자가 나와 "갖고 계신 휴대전화…"까지 말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전화기 전원을 꺼달라는 이야기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뜻밖에 그 관계자는 "휴대전화 전원을 켜주세요"라고 말했다. 잠깐 어리둥절. 그가 말을 이었다. "전화 오면 편하게 받으시고, 음료수도 자유롭게 드시고, 사진 촬영도 마음놓고 하세요." 젊은 층의 말투를 빌리면 "이게 뭥미?"(이게 뭐지?)였다.

지난 18일 부산 서면 비보이전용극장 BB씨어터(옛 은아극장)에서 상설공연 중인 그 유명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비사발')의 현장이었다. 비보이 청년들과 발레리나 소녀들의 만남과 사랑을 강렬한 비보이 춤으로 풀어내 유명해진 이 공연은 그 열기에 걸맞게 다른 공연장에서는 금기사항으로 돼 있는 전화, 음료수, 사진촬영 등을 가능케 해 관객들에게 '자유'라는 뜻밖의 선물을 줬다.

'비사발'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이들이 또 있다. 부산에서 건강기능성식품을 만드는 기업 엔존비앤에프를 운영하는 김영진 대표(46)와 오영이(44) 씨 부부의 작은 아들 민규(16) 군은 행동틱과 언어틱을 동반한 3급 지적장애인이다. 민규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부부는 애써왔다. 처음에는 의사소통과 일상생활에 난관이 많은 민규를 병원으로 데리고 다니며 약물치료를 주로 했다. 경과는 좋지 못했다. "하루에 스무 시간 동안 잠만 자는 증세도 있었고, 급속히 살이 쪄 심한 비만체형이 됐고, 약 탓에 간 수치는 수치대로 올라갔다"고 오영이 씨는 말했다.

김민규(오른쪽) 군과 아빠 김영진 씨.
부부는 작은 가능성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했지만, 행동틱 언어틱이 심하고 이해력이 좋지 못한 민규에겐 무리였다. 그러던 중 '비사발'이 눈에 띄었다. "민규는 운동을 좋아하고 또 많이 해야 하거든요. 역동적인 비보이 공연을 민규와 함께 보면 어떨까 했던 거죠." 오 씨는 "그렇게 해서 지난 설 연휴 비사발'을 처음 본 뒤 민규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이야기가 단순한 '비사발'을 민규는 빨아들이듯 받아들였고, 비보이 형들의 '초컬릿 복근'을 떠올리며 '나도 비보이가 되고 싶어요' '비보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고 물어왔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가 호기심과 의욕과 활기를 띤 것부터 큰 진전이다. 민규는 '비보이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지금도 1주일에 두 번 헬스클럽에 나가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살은 빠져 건강체형이 됐고 행동틱과 언어틱도 무척 좋아져 "이전엔 식당엘 가도 따로 방을 잡아야 했을 만큼 틱장애가 심했는데 지금은 일상생활에 별 문제가 없다." '비사발'이 민규에게 준 선물이고 변화다.

김 대표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 및 가족들과 이런 변화를 나누고 싶었다. 지난달 중순 그는 '비사발' 티켓 1000장을 사 지적장애인 및 동반자들에게 무료로 기부하고 있다. BB씨어터 황근생 대표는 "김 대표의 기부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500만 원 어치이고 지금까지 100명 정도의 지적장애인 및 가족이 관람했다. 경기도 강원도에서도 문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사발'을 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겠지만, 민규와 같은 지적장애인 가족에게 '비사발'은 굉장한 예술작품일 것이다. 또 이 예술작품은 이 가족을 움직여 더 많은 사람과 문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문화와 나눔이 만났을 때 그 힘은 셌다. 1588-6469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6. 6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