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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로고현대무용단이 창립 20주년 기념공연에서 윤경호 안무의 '착향'을 선보이고 있다. 로고현대무용단 제공 |
현대무용가 장정윤(동아대 무용학과)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로고현대무용단은 공연안내 자료에서 '본질' '순수'라는 말을 자주 써왔다. '고집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숱한 춤공연들 틈새에서 그 낱말들이 뜻하는 바는 잘 실감되지 않았다. '본질? 순수? 그게 무슨 의미지? 지금은 탈장르와 융합이 대세 아닌가?' 이런 식의 반응이 많았다.
로고현대무용단이 지난 16일 오후 부산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창립 20주년 기념공연을 열었다. 20년은 사람으로 치면 청년이지만, 부산 예술단체로서는 중견 연륜이다. 부산 예술의 한 복판, 최전선에서 20년 동안 건재한 단체라면 그에 걸맞은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자리였다. 네 작품이 오른 공연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해야한다면 '자신감'이다. 여기서 자신감은 "내가 이렇게 춤을 잘 춰요" 하는 자기자랑이 아니다. '오로지 몸으로 추는 춤만 갖고 표현할 주제를 온전히 감당해낼 수 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는 춤꾼들의 도전정신과 확신 같은 것이었다.
윤경호 안무의 '착향'은 빠르고 분명한 동작과 내면적이고 미묘한 춤을 짧고 간명하게 대비시켜 '뭐가 진짜냐?' 묻는 수작이었다. 이현의 '아담과 이브'는 재즈댄스 등 대중적 춤의 영향을 드러내면서도 아담 역 남성들이 선악과를 상징하는 사과를 입에 물고 춤춘 장면 등 선악과와 원죄를 춤속에 끌고와 현대인의 욕망과 가치전도에 대비시킨 창의적 작품이다. 강미란의 '데칼로그 중 5계명'이 극적이고 힘있는 춤 자체로 관객을 움직였다면, 김현정의 'Oblivion'(망각)은 연극적 요소를 끌어들이되 춤작품으로서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춤의 춤다움'을 부각시켜 돋보였다.
'다른 매체나 수단에 기대지 않고 춤에 집중해 주제를 표현한다'는 자신감과 도전. 20주년을 맞이한 로고현대무용단은 그 점을 '자신들의 그 무엇'으로 내놓았다. 그게 바로 로고현대무용단이 오랫동안 강조한 '본질'과 '순수'의 요체였다.
사실 현재 부산 춤계에 이런 진지한 고민과 태도가 많이 희석됐다. 20주년 기념공연을 마친 뒤 장정윤 예술감독은 "지난 20년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넘어왔다. 탈장르와 융합은 필요하다. 그러나 춤의 정체성을 확실히 다지지 않고 섣부르게 뒤섞으면 먹히거나 묻히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동인단체는 춤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지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작업면서 각자 '작가'로 태어나는 곳"이라며 향후 방향을 밝혔다. '춤의 춤다움'을 고민하는 것과 '작가 발굴과 성장'은 부산 춤예술계가 공통으로 짊어진 현실적 과제다. 그 점에서 로고무용단의 '성년 공연'은 뜻깊었다. 장 교수는 20일 오후 6시 경남 마산3·15아트센터에서 한 차례 더 기념공연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