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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련발레단이 지난 7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이상의 '날개'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창작발레 '날개'를 공연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실제로 문학의 고전 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제목은 알지만 미처 읽어보지는 못한 책'들이 많은 것 같다. 천재시인 이상이 남긴 소설 '날개' 또한 그런 고전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날개'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 소설을 읽어봤더니 이런저런 점에서 정말 감명 깊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6~7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에서 김옥련발레단은 창작발레 '날개'를 모두 4차례 공연했다. 김옥련 씨는 부산에서 창작발레의 대표주자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이다. 지난 9년 동안 어린이 관객을 위한 '숲속발레' 연작을 해마다 작품을 바꿔가면서 공연했고 그 사이사이에는 꾸준하게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자신만의 작품을 올렸다.
그런 저력이 쌓였기 때문이었을까. 김옥련 씨는 이상의 '날개'를 발레로 만들며서 과감했다. 원작의 권위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석한 '날개'의 속뜻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과감하게 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그는 '날개'에서 이상이라는 천재시인을 '현실에서는 모든 면에서 지극히 무능해 아무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패배자이지만, 그 가슴과 머리 속에는 당시 예술 자체를 변혁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감수성과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했다. 그러므로 그는 '100년을 앞서 간 예술인'이었다.
이 점을 일반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구성한 것이 압권이었다. 김옥련 씨는 '날개'에서 전문가들인 연극배우 권철 이진희 씨로 하여금 이를 일일이 낭송하도록 했다. 그 낭송에 맞춰 춤을 풀어나갔다. 이렇게 하자 관객은 작품 전체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느낄 수 있었다. 그간 '해설이 있는 춤 공연'이 부산에서도 많이 시도되었지만, 이날의 낭송은 작품 바깥에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면서도 관객의 이해를 실제로 도왔다는 점에서 '해설 공연'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할 정도로 궁합이 잘 맞았다.
현실에서 무능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감수성과 능력을 가진 천재로서 이상을 표현한 부산 춤꾼 박재현의 춤과 표현력도 돋보였다. 박재현을 중심으로 펼쳐진 안무 구성 전반이 설득력 있게 짜여졌다. 그런 바탕에 이원국발레단의 발레리노 이원국과 발레리나 최예원은 작품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두 사람의 춤은 공연의 흐름을 절정으로 밀어올리면서 객석을 빈틈 없이 압도했다. 발레가 '호두까기 인형' 같은 고전만 있는 게 아니라 동시대인의 아픔과 환희와 바람을 담아내는 현대예술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춤꾼들이 그 속에 들어가 춤을 췄던 투명한 기둥, 거울, 춤 막바지 '날개'를 형상화하기 위해 만든 수직의 세트 또한 작품의 메시지를 잘 반영했다. 공연 끝에 기립박수가 나왔다. 해운대문화회관이 부산문화회관처럼 '훈련된 관객'이 많기보다는 주위의 주민들 관객이 더 많은 공연장임을 감안하면 기립박수의 의미는 남달랐다. 고전의 힘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문제를 고전을 통해 표현한 김옥련의 '날개'는 2010년 부산 무대에서 선보인 춤 공연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반열에 올려놓을만한 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