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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시각] 연희단거리패 '방바닥 긁는 남자' 공연

설치미술같이 꾸민 무대, 극흐름 집중도 높여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0-08-27 20:28:20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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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5일까지 가마골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연희단거리패의 '방바닥 긁는 남자'. 연희단거리패 제공
지난 25일 오후 8시 연희단거리패가 제작한 '방바닥 긁는 남자(김지훈 작·이윤주 연출·무대디자인 이윤택)'를 만나기 위해 가마골소극장을 찾았다.

무대 가운데 마치 거인이 만들다 만듯한, 보다 정확히는 작업 도중 흥미가 떨어져 방치하다가 보기 싫어서 한쪽 벽을 꾹 눌러버린듯한 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단칸방으로 만들어진 집의 지붕은 슬레이트고 벽지는 오래된 신문지로 덕지덕지 발랐다. 아래는 나무뿌리가 삐죽 나와있어서 그 공간을 더욱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배우들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관객들은 세트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무대부터 한 방을 날리고 시작하니 관객들의 집중도는 높았다. 네 남자가 곧 무너질듯한 그 단칸방 안에서 코를 골며 잠꼬대하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이들은 스스로를 방바닥에 붙어서 사는 '누룽지 인간'으로 칭하며 신문지로 세수를 하고 3년 만에 팬티를 갈아입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비위생적인 생활을 한다. 보는 사람은 더러움에 소스라치지만 자신들은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남자 넷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보니 서열은 필수다. 제일 연장자인 남자 1은 밥을 나누는 가장 큰 권력을 제멋대로 쓴다. 온갖 핑계로 자신만이 배부르도록 식량 배분을 하자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 자리를 지키기위해 그와 그의 추종자인 남자 2가 벌이는 행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기성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 머리 크기로 권력을 갖는 규칙에 따라 제대로 머리둘레를 측정하자 남자 3이 대장이 된다.

한순간에 권력을 뺏기고 얻어 맞기까지 하자 남자1은 사탕을 뺏긴 아이처럼 울어제친다. 연장자가 사회에서 요구받는 체면이나 위엄은 찾아볼 수 없다. 여기서 사회가 보장하는 모든 종류의 권위에 대해 조롱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추종하는 돈, 권력, 나이, 위생 등 모든 것을 비웃는다.

갈등이 봉합되고, 남자들이 편지로 자장면을 주문해 배달될 때는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신속배달이 모토인 배달음식을 3일 걸리는 편지로 주문하는 역설이 재미있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는 음식값을 받지 못한 배달원이 자장면을 던져버릴 때다. 남자들은 바닥에 떨어지거나 얼굴에 끼얹어진 자장면을 손으로 긁어 기꺼이 먹는다. 객석에서는 저절로 으~하는 신음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자장소스에 범벅이된 얼굴을 보면 왠지 낯설지 않다. 우리가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조금이라도 더 편하려고 아귀다툼하는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그들에게 더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극은 현대의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예부터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을 등장시켜 전통과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조왕신이 노해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집이 무너지는 장면에서는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젊은 세대는 들어본 적도 없는 조왕신이, 현대 사회에서 스스로 밀려난 '누룽지 인간'들을 바깥세상으로 내보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작가는 결국 가장 오래되고 이미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신화적인 힘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네 남자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객석사이로 유유히 빠져나가고 관객들은 연극이 끝나고도 설치미술같은 무대를 보며 한참동안 객석에서 여운을 즐겼다. 다음달 5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월요일 공연 없음). 일반·대학생 2만 원, 중고생 1만5000원. (051)868-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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