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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프리마돈나와 국악 명인이 안긴 귀 호사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1-05-18 20:41:1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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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7일은 부산 음악계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듯하다. 세계적인 소프라노와 명인 소리꾼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흔치않은 선물을 부산 음악팬들에게 준 주인공은 부산대 음대 박은주(45) 교수와 박성희(44)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이다. 부산 출신으로 성악과 판소리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둘은 공교롭게도 한 살 차이고 출신 대학도 부산대 85, 86학번이다.


■소프라노 박은주-'여왕의 귀환'

- 오페라 아리아부터 한국 가곡까지 다양한 장르 막힘없이 소화
- 풍부한 성량·카리스마로 무대 장악

   
소프라노 박은주
이날 오전 11시 부산 서면 롯데호텔 3층 아트홀에서 열린 '한낮의 유U;콘서트'에 출연한 박은주 교수는 '여왕의 귀환'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전율적인 공연을 펼쳤다. 박 교수가 어떻게 20년 동안 클래식 음악의 고향인 독일에서 프리마돈나로 장수할 수 있었는지 확인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이날 레퍼토리는 이탈리아 가곡,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씌어진 오페라 아리아, 재즈 풍의 아리아, 한국 가곡까지 다양했지만 박 교수는 어느 하나 막힘없이 소화했다.

록음악에서는 가끔 보컬과 기타가 고음 대결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때마다 인간의 목소리는 결국 기계인 기타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날 끝을 짐작하기 힘들 만큼 고음을 질주했고 풍부한 성량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압도했다. 그 뿐만 아니다. 한 곡 한 곡을 부를 때마다 연기하듯 감정을 실었다. 오페레타 '박쥐' 중 '차르다스'를 부를 때는 양 팔을 들어올려 춤까지 췄다. 무대와 객석을 카리스마로 완전히 장악해 버린 것이다. 2년 만에 부산 무대에 선 박 교수는 고향 관객들에게 '꽃구름 속에'(이흥렬 곡)와 베르디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축배의 노래' 등 두 곡을 앙코르로 선물했다.

유콘서트는 브런치콘서트다. 성악가들에게 목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오전 공연은 쉽지 않은 무대다. 오랜만에 고향 팬들을 만나기 위해 박 교수는 오전 6시에 일어나서 무대를 준비했다.


■소리꾼 박성희-'명인으로 등극'

- 꺾는 소리에서 민족의 한과 슬픔
- 10년만의 수궁가 완창 준비만 3개월
- 온몸의 힘을 짜내 소리만들어 갈채

   
소리꾼 박성희
이날 오후 7시30분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열린 박성희의 '미산 박초월제 수궁가' 완창은 힘겨운 무대였다. 2시간을 훨씬 넘겨가며 홀로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박성희도 힘들었지만 그의 소리를 듣는 관객들도 편하지 않았다. 소리꾼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감정이입을 심하게 해서 손에 땀이 배일 정도였다.

판소리는 서양의 클래식 음악과 완전히 달랐다. 소프라노 박 교수의 목소리가 독일의 아우토반처럼 시원하다면 박성희의 소리는 영화 '서편제'에서 꾸불꾸불한 시골길을 소리를 하면서 걷는 그 유명한 장면처럼 애절했다. 목청껏 소리를 뽑을 때는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했지만 그보다는 대부분 소리를 꺾으면서 평탄치 않았던 우리 민족의 소리를 표현했다.

화려한 시김새(선율의 변화에 따라 덧붙이는 목 기교)보다 일반 관객에게는 박성희가 온 몸의 힘을 짜내서 소리를 만드는 그 모습 자체로도 감동적이었다. 공연 시작 2~3분 만에 관객석에서 추임새가 나온 것도 소리꾼을 도우려는 진심이었다.

판소리의 매력은 소리꾼과 관객이 소통하면서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것. 박성희가 중간중간 관객들을 향해 던지는 즉흥 대사는 무대와 관객의 벽을 허물었다. 음악회에서 공연이 끝난 뒤 의례적으로라도 나오는 앙코르는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해설을 맡았던 배양현 부산대 예술대학장이 "이제 명인으로 불러도 될 것 같다"고 하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을 뿐이다.

박성희는 10년 만에 다시 수궁가를 완창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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