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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무용단이 지난 19~20일 정기공연작으로 무대에 올린 '맹진사댁 경사'.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
지난 19~20일 부산시립무용단의 제64회 정기공연 '맹진사댁 경사'(원작 오영진·안무 홍기태)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이 작품은 지난 2007년 '이쁜이 시집가는 날'로, 2008년 '천생연분'으로 각각 부산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사실상 세 번째 공연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정기공연의 초점은 '맹진사댁 경사'를 '부산시립무용단의 고정·대표 레퍼토리로 가꿔갈 수 있을 것인가'에 맞춰졌다.
부산시립무용단이라는 부산의 대표 춤단체가 레퍼토리 작품을 갖기 위해 시도하는 것은 반길 만하다. "부산시립무용단 하면 바로 그 작품"하고 떠올릴 수작은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볼쇼이발레단 하면 '백조의 호수'가 떠오르고, 한국 국립발레단 하면 '지젤'이 생각나는 것처럼.
공연만 놓고 보면 '맹진사댁 경사'는 제법 좋은 점수를 줄 만했다. 무엇보다 단원들의 춤솜씨와 표현력 등 기량은 역시 좋았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 걸쳐 선보였던 몇몇 빛나는 장면들 또한 더 잘 다듬어졌다. 새 신랑 미언이 장애가 있다는 소문이 도는 소문춤, 이쁜이와 갑분이의 운명이 바뀌는 옷 갈아 입는 변신 장면, 마을 여인네들의 순서, 연극요소와 춤요소가 결합되는 순간들 등이다. 잔 실수 없이 말끔하고 깔끔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맹진사댁 경사'는 시립무용단의 레퍼토리가 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왜 그럴까. '공감'의 문제 때문이다. 한 작품이 고정 공연물인 레퍼토리가 되기 위해서는 세월이 지나도 수많은 사람들 속 '감정의 스트링'을 동시에 건드려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 낼 뭔가 있어야 한다.
시립무용단의 '맹진사댁 경사'는 이 점이 약하다. 이 작품이 현대인을 위한 고전으로 되살아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미언과 이쁜이의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한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로 몰고가는 방법이 첫째다. 맹진사 집안이 대표하는 지배층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부각하면서 '맹진사댁 경사'라는 제목이 갖는 역설을 최대한 강조하는 방식이 두 번째다.
부산시립무용단의 '맹진사댁 경사'은 이 가운데 첫째 방식, 즉 '영원한 사랑이야기'로 끌고가고자 했다. 하지만 약점은 명확했다. '맹진사댁 경사'에서 미언과 이쁜이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투쟁이나 희생 또는 운명을 개척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맹진사댁 딸 갑분이의 신랑으로 점찍은 미언이(박상용)가 장애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급하게 신부를 갑분이(김미란)에서 몸종 이쁜이(김도은)로 교체했는데 알고 봤더니 헛소문이더라. 미언이와 이쁜이는 행복하게 결혼했다. 이 이야기로는 많은 현대인에게서 공감과 감동을 일으키기 어렵다. 명백한 한계다. 그 사이 지배층의 허위를 비꼰 원작의 장점을 살릴 기회도 사라진다. 이 탓에 후반부로 가면서 공연의 힘이 빠지는 느낌이 왔을 것이다.
고전이 고전이기 위해서는 그 옛날의 이야기가 오늘 현대인의 삶에도 분명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맹진사댁 경사'는 좋은 짜임새를 보여줬음에도 레퍼토리가 되기는 힘들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