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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유럽에서 만난 독일영화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1 19:58:54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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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제46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의 폐막식 장면.
제46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날인 9일 세르비아 쪽의 조력자인 미카라는 평론가를 만났다. 그로부터 받은 DVD 타이틀을 담고 길을 내려오는데 한국은 '몬순' 시기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 폭우가 쏟아진다는 소식을 인터넷 기사나 집으로부터의 연락을 통해 알고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던 말이었는데, 해외에서 만난 한 이방인의 질문 덕분에 나는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두 시간 남짓 되는 카를로비 바리의 날씨는 화창했고, 이따금 소낙비가 내리는 정도였다.

카를로비 바리 경쟁부문의 화제작들은 대부분 가까운 나라에서 온 영화들이었다. 독일 폴란드 그리고 구 러시아권의 영화들이 주 관심 대상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결과를 보니 경쟁작 선정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과 맞아 있었다. 대상은 새롭게 소개된 영화 '집시'였고, 그 외에 작은 상들은 독일 영화들이 나눠가졌다. 일정 마지막 날에 특별언급의 영예를 안은 독일 영화 '롤리팝 몬스터'의 감독과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의 작품은 이미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기존의 독일 영화와는 좀 다른 젊고 발랄한 느낌을 시도한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는 아주 새롭지는 않았지만 한해 200편 정도의 장편 극영화가 만들어지는 독일 영화의 다양함을 새삼스럽게 대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독일 영화는 카를로비 바리를 건너오기 전에 뮌헨에 있는 '저먼 필름'을 통해 수십 편의 영화를 관람해야 했다. 집중하면서 본 탓에 마지막 날에는 머리 위로 구토가 쏠릴 지경이었다. 다큐멘터리를 포함하여 대략 60편 정도의 리스트를 검토해야 했는데, 크게 세 가지 경향으로 대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이러한 구별은 유럽 영화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틀로 맞춰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은 '죽음'을 곁에 둔 현대인의 소외와 일상을 다룬 영화들이다. 올해 칸에서 감독 주간을 통해 소개된 덴마크와 합작으로 만든 '코드 블루'와 같은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병원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여주인공의 어두운 일상과 무기력한 날들은 북유럽 영화들이나 실존적 무게를 다루는 수많은 유럽 영화에서 마주하게 되는 형상이다. 종종 유럽인들은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린다고 여기게 만드는 일련의 영화들은 인간의 실존적인 삶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정의한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말들을 생각나게 한다.

다른 한 경향은 우리에게 다소 친숙한 역사적 시대를 다룬 영화들이다. 크게 두 시절이 있다. 하나는 히틀러 시대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여전히 대하서사 드라마로 선을 보인다. 단순히 홀로코스트를 다루는 영화에서 벗어나 러시아에서 서로를 돌보아주게 된 독일인과 유대인 가족 이야기라는 식으로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다루려고 한다. 그러나 휴머니즘에 대한 강조와 인간성 회복이라는 결말에는 한결같은 태도가 있다. 다른 시기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에 펼쳐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깔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들은 일종의 우화처럼 다가오기 마련이다.

또 하나의 경향은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다룬 이들 영화는 섹스와 마약 그리고 폭력에 점철되어 있는 10대들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들은 다른 언어, 다른 생각으로 발설한다. 하지만, 그 끝은 대부분 비관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부재하고, 현실은 새로운 세대를 압박해 온다. 더 이상 꿈꿀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미래 역시 짙은 코발트 빛의 푸른색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여정 동안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돌아와봐도, 한국의 날씨는 여전히 몬순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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