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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원스'의 포스터. |
올해 초 월드 시네마 프로그래머로 전환이 된 후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은 세계영화시장에서 아주 큰 손에 속하지는 않지만 꽤 여러 규모의 영화를 수입하거나 수출하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칸에서 만난 영국인 중에는 한국 영화를 수입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한국의 메이저 회사들에게 다소 불만이 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사도록 쉽게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세계가 그러하듯이 영화를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단순히 파는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팔린 이후의 과정이 잘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한국에서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할리우드 직배사를 통해 배급되는 영화들이나 비교적 규모가 큰 영화들이 흐름을 형성한지 오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개봉하는지조차 모르게 소개되는 작은 규모의 외국영화들이다. 한국에서 작은 영화들을 수입하는 비용은 대략 1만5000달러다. 요즘 달러 환율이 원화와 큰 차이가 없으니 대략 1500만 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수십 만 달러에 들여와야 하는 영화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덴마크, 스웨덴 등)나 동유럽 국가가 만든 작은 규모의 영화가 수입되는 비용이 이 정도이다. 이러한 작품들 중에는 극장에 한 두 번 교차로라도 상영이 되고(극장에 개봉되는 것은 부가 판권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케이블과 부가 판권 시장에 내놓아 대강의 손익 분기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배급사의 판단이 호의적이라면 그에 맞춰 규모를 키워나가기도 한다. 하이퍼텍 나다를 소유하고 있는 '영화사 진진'이나 씨네큐브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티캐스트'와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극장을 중심으로 판을 키워나갈지 말지를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그러나 많은 수입사들은 개인이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의외로 한국에는 영화를 수입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을뿐더러 대행의 방식을 통해서 영화를 개봉하는 경우도 꽤 있는 편이다. 영화 수입 비용 이외에도 작은 규모로 영화를 개봉하기까지는 인터넷 광고나 여러 부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현재 외화를 수입하여 개봉하기까지 쓰이는 총 비용은 대략 5000만 원 정도.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5000만 원의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2만 명의 관객이 들어야 하며, 요즘 극장 현실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IPTV 시장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고 케이블 시장이 그나마 버텨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DVD 시장이 전멸한 상태에서 '채널'의 확보는 절실한 문제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메이저 신문사들의 방송 진출이 이러한 채널의 문제와 관련하여 희망을 밝게 해주는 듯 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선뜻 나서기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100석, 200석 규모로 만들어 지는 것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단관 중심의 극장에서는 한 극장이 수용하는 인원이 모든 것을 결정했지만, 영화 수입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영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작게 쪼개어 질 수밖에 없다. 멀티플렉스가 욕을 먹는 것은 세 개 관 이상을 한 영화에 집중함으로써 언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고 있다는 독과점이 때문이다. 하지만 큰 규모의 영화든 작은 규모의 영화든 빅 스크린에서 관람하는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다. 그 가운데 1만5000달러 규모의 작은 영화들은 '원스'처럼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고, 케이블에서 느닷없이 새로운 영화를 만나는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