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메이저 영화 각국 동시개봉 명암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15 19:41:54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테렌스 멜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
1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의 영화는 동시대적으로 수용되지는 않았다. 1990년대 중반 한국영화 문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지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상영은 대략 10년간의 격차가 있었다. 이 영화가 소개된 것은 1986년도 일이고, 국내 상영은 1995년도에야 새로운 영화 수용의 붐과 함께 가능해졌다.

오늘날 이 격차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2000년대를 거치면서 영화의 상영 간극은 동시대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중간과정 없이 직접 배급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직배사의 등장은 '할리우드와 동시에' 영화가 개봉되는 것을 가능케 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영화는 항상 늦게 도착하는 편지였다. 1970년대 비평가로 필명을 날린 하길종 감독의 글을 보면 격세지감을 보여주는 한국영화 문화의 현실을 개탄하는 대목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은 우연의 산물이다. 인터넷의 대중적 보급과 정보화 물결 속에서 '동시대성'은 자연스럽게 확보되기 시작했다. 동시대성이라는 분위기에 영화제도 분명한 한 몫을 거들었다.

영화제 마니아가 등장하게 되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감안할 수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얼리어답터'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1주일 후면 개봉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1주일의 시차를 먼저 경험하기 위해 영화제의 티켓을 발권한다. 그런데, 이것은 일부의 문화적 사례이고, 영화제가 지니는 동시대성은 빠른 개봉은 물론이고, 동시대의 영화들을 대거 수용하는 시장을 만들어 낸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런 시장 형성은 영화를 사고 파는 바이어들에게는 물론이고, 관객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새롭다는 것은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원한 박람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런 점에서 21세에 들어서 동시대성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진기한 체험이 아니었다. 많은 영화들의 정보는 개봉이 되기도 전에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동시대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당분간 동시대성은 중요한 요건이 되겠지만 실제로 유럽영화의 경우에는 점점 더 시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올해 부산에서 선보일 유럽 거장들의 신작은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내년쯤 선보일 공산이 크다. 현재 규격화되게 적용되는 극장의 배급 상황과 더불어 여러 시차(경제적, 문화적, 배급적 등) 때문에 작은 영화들은 동시대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동시대성을 보증받는 영화들은 '대규모 영화'들 뿐이다. 종종 새로운 영화를 고르기 위해 해외 출장을 나가보면 한국에서는 이미 지나간 할리우드 영화들이 극장에 걸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것은 한국 소비자에 대한 할리우드의 존중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한국영화 문화는 '할리우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동시대성은 다양한 영화를 수용하는 동시대성이 아니라 메이저와의 긴밀한 순환고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 불과했다.

지난 6월 말 독일 뮌헨에서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가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에는 이 영화를 한국에서 수입하기로 결정돼 있지 않았고, 영화제 차원에서 접근 중에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 달 전에 칸에서 처음 소개된 영화가 바로 개봉되는 상황이 부러웠다. 세간의 농담 중에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 영화문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평론가·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신문기사와는 또다른 매력…“청년 탈부산, 위로와 공감 끌어내려 했죠”
  2. 2문현 ‘국제금융센터 퀸즈W’, 전매규제 피한 막차 물량…금융경제 중심지 수혜 누려라
  3. 341년 전 민주주의 첫 걸음 현장서, 그 날을 얘기하다
  4. 4코로나 주홍글씨 만덕동 “부산시가 핀셋 지원 나서라”
  5. 5[서상균 그림창] 자취
  6. 6[세상읽기] 에너지 체제 전환, 동남권 새 기회 /남종석
  7. 7김해 ‘대청천 경동 리인뷰’, 대청천 조망과 우수한 광역교통망…추가옵션 없는 아파트
  8. 8독감백신 사망 48명…박능후 “분석한 26건 인과성 매우 낮다”
  9. 9[브리핑] 부산시 관광업계 지원 참가업체 모집
  10. 10깊어가는 가을, 베토벤에 물들다…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1. 126일은 ‘추미애 국감’…윤석열 작심발언에 반격 나서나
  2. 2국민의힘 공수처장 추천위원 내정…민주 “합법적 시간 끌기 우려”
  3. 3산재 사망 6년만에 울산경찰 지각 사과
  4. 4윤석열 “퇴임 후엔 봉사” 후폭풍…여당은 비난, 야당은 엇갈린 목소리
  5. 5“부산시장 보선 후보들에 메가시티 서약 받을 것”
  6. 6 김두관 의원 인터뷰
  7. 7해수욕장 이용객 급감에도 인명사고는 증가
  8. 8국가사무 지방이양 가속화
  9. 9“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 하자” 온라인 주민대회 개최
  10. 10
  1. 1문현 ‘국제금융센터 퀸즈W’, 전매규제 피한 막차 물량…금융경제 중심지 수혜 누려라
  2. 2김해 ‘대청천 경동 리인뷰’, 대청천 조망과 우수한 광역교통망…추가옵션 없는 아파트
  3. 3 부산시 관광업계 지원 참가업체 모집
  4. 4 에어부산 항공권 1만 원 이벤트
  5. 5
  6. 6
  7. 7
  8. 8
  9. 9
  10. 10
  1. 1코로나 주홍글씨 만덕동 “부산시가 핀셋 지원 나서라”
  2. 2독감백신 사망 48명…박능후 “분석한 26건 인과성 매우 낮다”
  3. 3 의령군 덕실대봉마을
  4. 43개 골짜기 잇는 거창 우두산 출렁다리 개통
  5. 5진주~사천 시내·외버스 환승 할인된다
  6. 6마을지도자와 호흡 척척, 정보화센터 활성화 공신
  7. 7 치원, 신선으로 유람하다
  8. 8오늘의 날씨- 2020년 10월 26일
  9. 9 아침 기온 5도 안팎…중부·경북 내륙 영하권
  10. 10부산~양산 웅상~울산 7호국도 우회로 양산 용당 구간 개통
  1. 1부산, 인천에 충격패…복잡해진 잔류 경우의 수
  2. 2아쉽다 버저비터…‘졌잘싸’ BNK 돌풍은 계속된다
  3. 3부산육상선수단, 전국시도대회 금5·은4·동4 쾌거
  4. 4KLPGA 휴엔케어 이소미 생애 첫 승
  5. 5탬파베이 9회말 짜릿한 뒤집기 승…최지만은 2볼넷
  6. 6NC, 창단 첫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한국시리즈 직행
  7. 7롯데 스트레일리 200K 돌파…류현진 이후 8년만
  8. 8
  9. 9
  10. 10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이별의 부산정거장’ 절창인 이유
삼국유사와 21세기 한국학
‘삼국유사’의 체재와 의미
새 책 [전체보기]
오딧세이(한율 지음) 外
환상의 동네서점(배지영)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사진작가 정봉채 우포늪 사랑
도올 김용옥 노자 연구 총결산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나 self portrait’- 정보경 作
‘Sky and Earth…’- 정헌조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상강 /이성옥
꽃보다 엄마 /최연근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다큐영화 ‘밥정’의 임지호 셰프
‘후쿠오카’ 장률 감독
이원 기자의 클래식 人 a view [전체보기]
피아니스트 랑랑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추석 개봉 앞둔 한국영화 속사정
‘청춘기록’ 하희라와 신애라, 30년 전 청춘을 추억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원작서 퇴보한 ‘2020 뮬란’의 정치적 올바름
‘여름날’ 관조와 침묵의 리얼리즘
현장 톡·톡 [전체보기]
서로 의지함이 곧 삶이더라…별이 된 연극인의 마지막 메시지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9월 29일
묘수풀이 - 2020년 9월 28일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0년 10월 26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0년 10월 22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10월 26일(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0년 10월 22일(음 9월 6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노래를 남기고 떠난 가수 김광석
‘한국인의 밥상’ 과 ‘백반기행’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愼終若始
潔者有不潔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대쪽 선비 김상헌이 중국 심양 감옥에서 읊은 시
성호 이익이 순흥에서 들은 은행나무노래(鴨脚謠)
  • entech2020
  • 맘편한 부산
  • 제9회 국제신문 골프대회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