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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유럽영화의 근심, 이민자와 육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9-19 20:01:40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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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렘지 감독 '어바웃 케빈'의 한 장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유럽 영화 상영 목록을 보고 있으면 경제 위기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흔히 서구라고 불리는 유럽 중심국가들에서 만든 영화들 속에는 '이민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이고, 개인사에서는 '아이'의 양육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아이에 대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두 편의 영화를 꼽으라면, 올해 칸의 경쟁부문에 소개되었던 린 렘지 감독의 '어바웃 케빈'과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를 타는 소년'을 들 수 가 있다. '어바웃 케빈'에서 중심 인물은 부산을 찾아왔던 여배우 틸다 스윈턴이다. 어머니 에바를 연기하는 스윈턴은 토마토 축제에서 남편을 만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는 전형적인 현대여성이다. 그런데, 아들에 대한 불안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직장까지 그만두고 케빈을 돌보려고 하지만 자신의 배로 낳은 아이의 '괴물성'은 점점 더 강렬해진다. 아이는 어느덧 사춘기 소년으로 변해 있다.

흥미로운 것은 관점이다. 케빈이 어째서 사람들을 살해했는지를 영화는 끝내 설명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관점은 어머니 에바의 입장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이해불가능한 일이며, 그것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타는 소년'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소년 시릴을 내버려둔 채 자신의 삶을 위해 다른 도시로 가서 식당을 차린다. 시릴은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미용사인 사망타가 자신을 돌보아 주겠다고 하지만 소년은 끊임없이 갈등을 벌인다. 시릴은 아버지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아버지로부터 매몰찬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두 영화에서는 책임을 질 수 없는 부모 세대의 무기력함이 전면에 드러난다. 교육열이 과잉되다 못해 폭파 직전의 상황에 놓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현대사회에서 아이가 '짐'이 되어 버렸다는 점에서는 통하는 것이 있다. 서구 사회는 교육과 아이에 관한 진공 상태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인간사회가 교육에 대한 수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이다.

서구 영화가 다루는 사회적 문제는 바로 이민이다. 칸 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 중에는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르 아브르'가 대표적이다. '르 아브르'는 핀란드 말로 '항구'(Le Havre)라는 뜻이다. 배로 밀입국 하려는 사람들이 항구에 다다르게 되고, 경찰은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밀입국한 이들 중에는 부모를 찾아 영국으로 가려는 아프리카 소년이 있었다. 그의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마르셀은 먹을 것을 몰래 놓아두며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중앙역에서 구두를 닦는 마르셀 역시 외상으로 빵을 살 정도로 가난하고, 아내까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지만 인간을 향한 선한 마음은 여지없이 발휘된다. 그의 선한 마음은 주위 이웃들까지 영향을 미쳐 어느새 경찰까지 아프리카 소년의 귀로 여정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일종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선의지가 끊임없이 발휘되면서 아프리카 소년을 고이 보내드리는 과정이 정치적으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서구 사회에서 쉽사리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갈등을 다룬 작품들이 더 눈에 띈다.

'플래쉬 포워드'섹션을 통해 소개되는 '그 곳'은 이탈리아 내에 아프리카 불법이민자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소년 이수프가 경험하는 것은 고향 사람들의 변화이다. 예술가였던 아저씨는 마약거래를 하고 있다. 살아가기 위해서 범죄를 강요하는 상황은 이수프를 결국 갱으로 만든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새로운 감독에게 수여하는 작품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이민자들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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