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영화의전당 가는 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17 19:44:06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이 열린 지난 14일 낮에 내린 비로 영화의전당 시설물에서 비가 새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진행되는 영화의전당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말하자 택시기사는 대뜸 "물이 샌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넸다. 결산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새 건물에서 비가 샌다는 것으로 집중 보도된 모양이다. 이후 영화의전당으로 오는 짧은 시간 동안 핵심은 '물'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느라 입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건물에 물이 새는 문제였다면 폐막식 기자회견장에서 나오지도 않았을 이야기였다. 해외 게스트는 물론이고, 영화의전당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은 아름답고 놀랍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댔다. 건물의 화려함 덕분에 올해의 영화제는 또 한 번의 성공이라는 축배를 들 만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영화의전당이 보여준 비협조적인 태도는 곳곳에서 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개막작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올해 가장 중요한 게스트 중 하나인 뤽 베송 감독이 등장하였을 때 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언급된 사례일 것이다.

필자는 이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개인적인 차원의 사례는 중극장에서 '플래쉬 포워드' 작품 상영 후 감독과 함께 대화하기 위해 등장하였을 때였다. 정확히 4분간 마이크는 들어오지 않았다. 무대 아래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뛰어다녔고, 4분 뒤에야 비로소 대화를 시작할 수가 있었다. 행사를 마친 후 담당자를 불러 사태를 확인했다. 극장안의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영화의전당 측 소속인데, 이따금 답이 없거나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화제는 긴급 상황에서 모든 긴장을 늦추지 않는데 말이다. 뤽 베송 감독 행사 당시에도 15분 정도 행사가 지연되었는데, 전당 담당자는 시스템을 가동한 후 "5분 밖에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상에 5분밖에 라니. 우리에게는 1분의 멈춤이 대형 사고인데 말이다.

이러한 일들은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애초의 계획은 늦어도 9월 초에는 영화제 사무실을 영화의전당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진 탓에 사무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위치하였다. 이러한 조짐은 개막식을 이틀인가 삼일 앞두고 다시 한 번 일어났다. 메인 카탈로그를 포함한 게스트와 프레스에게 나눠줄 용품들을 꾸리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아무리 연락을 해 보아도 담당자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아홉시가 넘은 시간에 영화의전당을 찾았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무거운 메인 카달로그 박스를 비롯하여 '게스트 패키지'로 들어갈 물품들을 계단마다 줄을 서서 손과 손으로 나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아주 큰 도움을 바랐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관객들이나 게스트가 보기에 영화의전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책임은 영화제의 소임이 된다. 영화제 측과 동일한 긴장감을 가져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사인에 맞춰 마이크를 켜고, 시설 이용에 도움을 주는 것이 영화의전당 측에 크게 손해날 일일까. 적극적인 협조가 없는 상태에서 16회 영화제가 끝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대서특필된 기사와 달리 사태의 핵심은 비로 인한 '물'이 아니라 '협조' 내지는 '공조'라 부르는 마음의 문제였다.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면 새는 비조차 마음으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영화제 스스로에게도 던져진다. 올해 부산을 여러 번 찾아왔던 많은 게스트들은 영화제의 초심을 강조했다. 영화제의 인간미가 사라진다고 하는 지적도 있었다. 거대해진 배경만큼이나 옹기종기 모여드는 분위기를 연출하기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서구인들이 부산에서 동양의 정취를 찾으려고 한다. 이 환상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앞으로 부산영화제의 색깔이 완성되어가는 것과 문제를 같이한다. 올해는 안으로나 밖으로나 커다란 질문거리를 던져 준 해였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3. 3"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4. 4부산촬영소 상반기 착공? 경관심의 통과가 첫 단추
  5. 5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6. 6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7. 7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8. 8“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9. 9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10. 10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1. 1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2. 2장외집회 연 민주, 또 나갈지는 고심
  3. 3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與 “책임 다할 것” 野 “대통령 왔어야”
  4. 4가덕~기장 잇는 부산형급행철도 시의회서 뭇매
  5. 5"안철수는 윤심 아니다""선거개입 중단" 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6. 6윤심 논란에 대통령실 개입까지 진흙탕 싸움된 與 3·8전대
  7. 7영국 참전용사들, 런던에서 '부산'을 외치다
  8. 8이태원참사 국회 추모제…여야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9. 9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이도운, 5개월 만에 공석 해소
  10. 10민주당, 6년만에 대규모 '장외투쟁'…국민의힘 "방탄 올인" 비판
  1. 1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2. 2애플페이 내달 상륙…NFC 갖춘 매장부터
  3. 3“부산 녹색성장 적극 대응…‘대한민국 미래’로 거듭나야”
  4. 4“산은, 녹색기술 투자 견인…기보는 벤처투자 연계를”
  5. 5“온실가스 감축 비용 계속 증가…배출권 시장 효과적 관리 관건”
  6. 6“바이오가스로 그린 수소 생산…가장 현실적 방법”
  7. 7“전기차 부품 글로벌 경쟁 심화…정부 파격 지원을”
  8. 8해운경기 수렁…운임지수 1000선 위태
  9. 9“수소경제 핵심은 ‘연료전지’…지역 산·학·관 협업해야”
  10. 10“고양이도 개 못지않은 훌륭한 반려동물입니다”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3. 3"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4. 4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5. 5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6. 6“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7. 7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8. 8버거운 난방비에…목욕탕 일찍 문닫고, 식당은 감원 고민
  9. 9“개금 주원초 학부모 70% 통·폐합 찬성한다”
  10. 10‘부산교육청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 감사 이달 마무리
  1. 1롯데 괌으로 떠났는데…박세웅이 국내에 남은 이유는
  2. 2쇼트트랙 최민정, 올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금메달’
  3. 3폼 오른 황소, 리버풀 잡고 부상에 발목
  4. 4황의조 FC서울 이적…도약 위한 숨 고르기
  5. 5MLB 시범경기 던지고 간다…오타니, WBC 대표팀 지각 합류
  6. 6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7. 7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8. 8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9. 9‘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10. 10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우리은행
박선정 소장의 달리 인문여행
봄을 갈망한 저항도시…카프카·쿤데라 낳은 문학도시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메밀묵과 영주 태평초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기와 친구가 되고싶은 유령 外
국립중앙박물관 명품 유물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맛 기억하다 /김수엽
그림 세계 /주강식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커넥트’ 미이케 타카시 감독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교섭’의 임순례 감독
‘영웅’의 나문희·김고은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작품 홍보 인터뷰도 못 나온다고요? 주연배우의 책임감 아쉽다
아바타2 한국서 세계 최초 개봉…아이맥스? 3D? 뭘로 즐길까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봄날의 장단을 좋아하나요
“첼로 심준호, 일렉 기타처럼 파격 연주…부산시향과 협연 코로나 탓 미뤄졌죠”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제도권 밖 돌봄 선생님, 공동체 소멸에 맞선 삶
'유랑의 달'…일본사회 ‘질서의식’ 바라보는 재일동포 감독의 시선
BIFF 리뷰 [전체보기]
‘지석’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2월 6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2월 2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김일두×HIPE ‘자율신경계’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중국영화 ‘문맨’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2월 6일(음력 1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3년 2월 2일(음력 1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3일
오늘의 BIFF - 2022년 10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잠의 효율성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한 권상신
춥고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읊은 두보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