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 표준화와 관련된 문제이다.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배급사에서 디지털 시네마의 국내 표준화를 이끌면서, 현재 많은 극장의 상영본은 필름이 아닌 하드디스크에 담긴 디지털 시네마를 통해 상영이 된다.
'D시네마'로도 불리는 디지털 시네마는 '필름 혹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를 디지털 파일 형태로 가공처리하고 포장해서 이 디지털 파일을 공정매체(하드디스크)나 위성, 광대역 접속망(네트워크) 등을 통해 디지털 영사기 및 홈시어터와 이동용 단말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공하는 영화를 의미한다.'
핵심은 어떤 기술로 촬영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상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디지털 파일이라는 것이 국제영화제에서는 큰 문제가 된다. 한국에서 완성된 디지털 시네마라면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극장의 디지털 프로젝터에서 작동이 되기 마련이다. 프로젝터의 값을 대략적인 기준에 맞추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달라지는 경우는 사태가 심각해진다.
첫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완성된 디지털 시네마의 파일 형태이다. 다양한 디지털 시네마의 파일 형태는 어떤 프로젝터에서는 호환이 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둘째로 디지털 시네마로 출력해 내는 프로그램도 여러 가지여서 '호환'이 되지 않거나 자국에서만 통용되는 파일 출력본인 경우도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 시네마를 상영할 때 파일복제 방지를 위해 입력하는 '타임코드'의 문제다. 올해 프랑스 영화 '자두 치킨'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전 메일을 통해 영화제 기간 오픈할 수 있도록 타임코드를 넣어달라고 했지만 불법복제를 두려워 한 나머지 5시간만을 허용했다. 이후 한국의 현지 시각을 고려하여 타임코드를 넣어두라고 했건만 자국 시간에 맞춰 보낸 탓에 상영시간 한 시간 전에 오픈되어야 할 영화는 결국 취소가 되었다. 이외에도 파악하기도 힘든 버전, 펌웨어, 출력본 등의 문제가 뒤엉켜 있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디지털 시네마의 시대가 열리면 모든 것이 손쉽게 표준화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애플사의 스마트폰은 운영프로그램을 자주 업그레이드 한다. 이러한 방식을 '펌웨어'라고 부른다. 펌웨어된 프로그램은 이전보다 나아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일어난다. 이미 사용 중이던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업그레이드 된 운영프로그램과 맞지 않아서 실행이 멈추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어플리케이션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하게 된다.
결국, 새로운 기술의 등장(업그레이드)은 주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낳으며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모름지기 성공한 기술이라면 자신을 따라 주변부의 기술을 움직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를 따라 갈 수 없는 기술이나 인간은 새로운 종류의 낙오자가 된다. 그것은 무서운 소외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기술팀은 다양한 버전과 시스템의 디지털 시네마를 수용하기 위해 정보와 싸우고, 시간과 씨름해야 했다. 디지털 시네마는 깨끗한 화질을 제공하지만 기술에 따른 복잡함과 위기를 낳고 있다. 아시아의 한 영화제에서는 디지털 시네마를 제대로 관리하고 파악하지 못한 탓에 상당수의 작품이 상영취소가 되었다고 한다.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한 영화제일수록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흔히, 디지털 시네마가 극장에서의 상영 비용을 줄여준다고 말하지만 영화제에서는 과거와 다른 비용을 일으키고 있다. 더 근본적인 것은 상영취소란 묵인할 수 없는 영화제의 책임이 아닌가. 디지털 시네마가 전세계에서 산발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빠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