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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다가올 영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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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12-05 20:11:57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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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
20세기에 쓰여진 영화에 관한 가장 중요한 성찰을 담고 있는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 따르면, 영화의 등장은 인간의 지각 방식을 바꾸었다. 기술복제의 확산은 새로운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세계 속에서 동일한 것을 보고자 하는 감각'이 너무도 강화되어서 복제를 통해 유일한 것을 표준화시키는 데 도달할 정도가 되었다."

지난 100년 간 펼쳐진 영화의 역사는 '세계 속에서 동일한 것을 보고자 하는 감각'의 발달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처음으로 달려간 곳은 인간이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장소들이었다. 오늘날에도 한국사회에서 관심을 일으킨 '아마존의 눈물'처럼 인간의 눈을 대신하여 카메라가 모험을 한다는 것은 진기한 흥미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도달할 수 없는 장소는 단순히 미지의 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워낭소리'의 경우처럼 사라져 가는 농촌의 삶 역시 모험적으로 담아내는 향수어린 장소가 된다.

할리우드의 대중영화는 어떠한가. '300'을 비롯하여 최근 유행한 할리우드 영화의 한 축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유럽 혹은 서구인들의 향수를 내장하고 있는 이 공간들은 근육질 사내의 육박전 속에서 새로운 장소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스타워즈'의 성공 이후 할리우드 영화가 우주개척의 시대를 NASA(미 항공우주국)보다 확실하게 열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에 수많은 영웅들의 신화(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를 써내려가면서 그들을 새로운 콜럼부스로 예찬하도록 부추겨 왔다.

그러나, 최근 콜럼부스의 등장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오늘날 새로운 지각양식의 변화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싸이월드를 비롯하여 오늘날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본질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을 내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아주 특별한 영웅이나 개인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덧없이 느껴진다. 지난 시대의 영화가 개척한 우주를 비롯하여 각종 신천지들은 더 이상 별스러운 것이 되지 못한다. 실시간으로 무수한 장소와 얼굴들이 스크린 위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구경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에 가입하여 전세계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풍요로운 이미지들이 때로는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영화의 싸움은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최근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한 편인 '인셉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새로운 신천지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그곳은 머나먼 우주나 지하탐험이나 '반지의 제왕'에서 펼쳐지는 중간땅도, 호그와트의 마법학교도 아니다. '인셉션'이 안내하는 세계는 코브의 마음 깊숙한 무의식의 세계이다. 사람들이 무의식을 디자인하고 해킹하는 인물들에게 마음을 쓴다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오늘날 무수한 얼굴들을 대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은 디자인된 저 '얼굴'들만이 아니라 그 속의 무의식을 보고 싶어 한다.

영화 '인셉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의식 또한 디자인이 가능한 세계라고 말한다. 인셉션으로 심어놓은 단어 하나가 코브의 아내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것처럼, 무의식 역시 조만간 성형가능한 세계로 변모할 것이다. 오늘날 넘쳐나는 '자기계발서'의 핵심은 바로 무의식의 성형이 아니겠는가. 과거의 영화들이 우주를 비롯한 새로운 땅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면, 영화의 신천지는 무의식이라는 신대륙의 발견이고, 조만간 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데 정성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 그 형태가 무엇으로 귀결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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