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의 경제질서는 분배
- 경쟁의 종말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세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1만5000원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뿔은 외부 포식자에 맞서는 무기가 아니라 암컷을 유혹해 번식 경쟁에게 이기기 위한 도구다. 이런 돌연변이는 개별 사슴의 번식 적합성을 높일지 몰라도 종족 전체에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다. 뿔이 커지면 기동력이 떨어져 포식자에게 당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모든 사슴이 뿔의 크기를 조금씩 줄인다면 종족 전체에 득이 되겠지만 규제 없는 무한경쟁 속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시장경제주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의 추종자들은 '시장'이 개인의 이기심을 이용해 사회 전체를 위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며, 어떤 규제도 없는 완전경쟁이 이를 보장해 준다고 주장한다. '승자독식사회'로 유명한 저자는 경쟁의 종말에서 스미스의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말코손바닥사슴의 사례와 같은 찰스 다윈의 이론을 빌린다.
저자가 제안하는 미래의 경제 질서는 경쟁이 아닌 분배다. 분배를 통해서만 경제적 파이를 키우고, 부채를 줄이고, 더 나은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효율적 분배의 방법을 제시한다.
# 중국 사회에 대한 인문적 비판
- 내 정신의 자서전 /첸리췬 지음 /김영문 옮김 /글항아리 /1만8000원
저자는 루쉰 연구의 대가다. 내 정신의 자서전은 저자의 단독 저서로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그의 학문적 여정과 사유의 핵심을 심도 있게 드러낸 대표작이다.
저자는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건, 개혁개방 등 파란만장한 격동의 중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 냈다.
그는 인권과 자존의 위기 속에서, 현실과 학문의 이율배반 속에서, 통제된 언론 환경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비판적 인문지성'을 지켜왔는지 고백한다. 이 책은 2007년 중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언론 인터뷰와 좌담 등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담론을 생산해 냈다. 특히 학생과 젊은 세대의 마음과 사상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중국 사회의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출간된 대만판을 읽은 사람들은 "그 충격이 엄격한 사상통제 아래 펴낸 중국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강하다"고 표현했다. 이번에 선보인 한국판에서는 중국판은 물론 대만판에서도 삭제됐던 일부 표현까지 살려냈다.
# 범어사 유물의 역사와 가치
- 범어사의 불교미술 /박은경 정은우 한정호 전지연 지음 /선인 /2만 원
명산에는 산세에 어울리는 절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절은 자연경관과 더불어 더욱 신비롭고, 산은 절이 있어 그 풍성함을 더해간다. '금정산과 범어사'. 부산에 있는 명산과 고찰의 이상적인 어울림이다. 산 정상의 기암에 놓인 황금빛 우물 금정(金井)과 그 속에 노니는 범천의 물고기 범어(梵魚), 금정산과 범어사는 그 이름마저도 신비롭다.
범어사의 불교미술은 수많은 전설을 양산하며, 그 본질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고찰의 불교미술 문화 탐구서다.
이 책에서는 범어사의 역사와 건축, 석조유물과 공예를 살펴볼 수 있다. 범어사 상단의 대웅전과 관음전 등에서 어떤 부처를 모시고 있는지, 하단의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 등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범어사 불상조각에서 나타나는 부산과 경상도 지역의 특징 등을 살핀 뒤, 조선 후기 영남지역 전통 불화의 화풍과 근대기 불화의 새로운 화풍을 모두 가진 범어사 소장 불교회화의 의의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