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방 첫 근대 학교인 한문학교다. 사진 왼쪽 외국인이 윌리엄 베어드(배위량·숭실학교 설립자), 그 앞에 삿갓 쓴 한국인이 서상륜(부산·경남 지방 첫 전도자)이다. 오른쪽 맨 뒷줄 외국인이 아담스이며 그 앞이 고학윤(서울여자대학 설립자인 고황경의 조부)이다. 이상규 교수 제공

- 부산대학교 설립 윤인구 등 사회·문화 운동가들도 담아

'우리가 사는 이 지방(부산·경남)에는 어떻게 기독교가 소개되었을까. 언제 누가 이곳에 와서 복음을 전했을까. 이 지방 초기 전도사는 누구였으며, 기독교 수용자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부산·경남 지역에 사는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음 직한 물음이다. 고신대 이상규(신학과) 부총장 또한 지난 몇 년간 이 의문의 답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최근 펴낸 '부산경남지방 기독교회의 선구자들'(고신대학교 출판부)은 바로 이 지역의 기독교 형성에 영향을 준 초기 전도자들, 초기 교회 지도자들의 생애 여정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이 부총장은 "대부분의 기독교 역사가 서울 및 중부 지방 중심으로 서술됐는데, 우리 지역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역사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지방 초기 인물로 기독교 형성에 이바지했지만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들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 주로 외국 선교사들이 남긴 문헌에 의존해 재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부산경남지역에서 활동한 40인의 초상'이라는 부제에 맞게 책은 서장과 전 5장으로 나눠, 이 인물들을 조명했다.

1, 2장은 우리 지역의 초기 복음 전도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부산·경남 지방 첫 전도자였던 서상륜 형제와 고학윤(서울여자대학 설립자인 고황경의 조부), 김해 지역 기독교 개척자 배성두, 한시로 기독교를 설명하는 '경제사율'의 저자인 정준모, 우리 지역의 첫 수세자(세례받은 자)인 심상현과 첫 장로이자 첫 목사가 되는 심취명 등이 소개됐다. 이 부총장은 "1장의 인물들이 초기 개척 전도자들이라면, 제2장의 인물들은 선교사의 어학 선생 등으로 활동하거나 지역 교회 영수로 활동했던 복음의 선구자들"이라고 설명했다.

3장은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 강요에 맞서 싸웠던 부산과 경남 지방 9인의 생애 여정을 정리했다. 조용학은 한국에서 신사참배를 반대해 순교한 첫 인물이다. 이들은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신앙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투옥과 감금 등 고난의 삶을 살았다.

이 부총장은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기독교 인물들을 연구해 '사회·문화 운동가들'로 정리했다. 부산시장을 역임했던 양성봉, 양성봉의 누나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경찰청장 양한나, 부산대학교의 설립자이자 연세대 총장을 역임한 윤인구 등이다. '산토끼'를 작사·작곡하고 '고향(나의 살던 고향은…)'을 작곡한 이일래가 마산 문창교회 찬양대 지휘자였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부총장은 "최근 역사 기술은 인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역사를 미시사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다. 내 이웃의 친근한 이야기로 우리의 역사를 헤아릴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