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극단 에저또의 연극 '검정 고무신' 상연 장면. |
- 세대 넘어 '가족 이야기' 공감
- 구수한 사투리로 애틋함 풀어
- 가벼움과 진지함 균형 돋보여
소녀가장 진실이가 달을 보며 나직하게 울먹인다.
"하이고, 참말로 달이 밝데이. 어무이요, 어무이 있는 데도 달이 억수로 밝지예. 어무이요, 내 참말로 힘들어 죽겠십니더. 어무이가 우리 육남매 땜시 하루도 맘 편할 날 없었다는 거 내 인자 이해가 됩니더."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산 남구 대연동 에저또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검정 고무신'은 사랑 하나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육 남매 이야기를 그린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공연에 선정됐고, 지난해 서울 대학로에서 기한을 정하지 않고 공연하는 오픈런 방식으로 무대에 오르는 등 1000회 이상 공연된 작품이다.
아버지는 바람이나 가족을 버렸고 홀로 오 남매를 키우다 병든 어머니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업둥이를 부탁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육남매는 가난에 시달리고 부모 없는 자식이라는 멸시에 상처받지만 서로 위하고 의지하며 갖은 어려움을 이겨낸다.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는 만큼 공연은 쾌활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배우들은 관객에게 말을 걸고 또 참여시키기도 하면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둘째 야동이가 쇼단이 되겠다며 집세를 훔쳐 달아나면서 극의 분위기가 전환된다. 손뼉치며 웃던 관객들이 일순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그만큼 분위기의 전환이 자연스럽고 가벼움과 진지함 사이의 균형감도 뛰어났다.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동생을 달래고, 구두닦이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본 경험을 한 이가 얼마나 있을까. 누구나 겪어 봤을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가 세대를 넘어 공감을 이끌어내고 감동을 선사하는 이유는 가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꺼내보게 한다. 구수한 부산사투리는 투박하지만 속정 깊은 인물의 특성을 드러내 한층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다음 달 12일까지 화·목·금요일 오후 8시, 수요일 오후 3시, 토요일 오후 4시·7시, 일요일 오후 2시. 균일 2만5000원. 문의 (051)852-9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