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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1>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복음의 씨앗이 열매 맺으려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27 20:12:3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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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할미꽃. 출처 cafe '야생화 그리고 난'
첨단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현대인의 특징은 어떤 신비스러운 것으로부터의 이탈과 이를 마치 미신으로 여기는 경향이다. 예수를 직접 볼 수도 없고 하느님 나라에 관한 현실감을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운 우리에게 마태오복음 13장의 비유 설교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관한 마지막 도구요, 상징이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곧 하느님 존재의 신비이기도 하다.

필자는 오늘 예수님의 비유 설교 일곱 편 가운데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비유 말씀에서 우선 씨앗은 하늘나라의 복음이며, 그 씨앗을 뿌리는 사람은 복음선포자다. 씨앗이 뿌려지는 곳은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그리고 좋은 땅인 네 곳으로 언급된다. 이는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는 토양으로서 선포되는 복음말씀을 듣는 청중과 그의 내적 조건을 의미한다.

첫째, 길바닥에 떨어진 씨는 새의 밥이 된다. 길바닥은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한 경우다. 이때 그 씨앗을 먹어치우는 새는 악한 자, 즉 사탄을 의미한다. 길바닥은 많은 사람이 밟고 다니는 곳으로서 이는 청자의 마음 밭이 세속적인 지식이나 교훈, 과학이나 철학이념으로 다져져 있어 복음의 싹을 피울 수 있는 어떤 바탕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이런 고정관념들이 씨를 쪼아 먹는 새에 비유된 사탄인 셈이다. 사탄은 곧 인간 스스로의 마음에 살고 있는 교만이나 자만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씨앗의 싹을 피울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토양만을 제공하는 돌밭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조건이다. 행여 씨가 싹을 피웠다 해도 적은 수분과 강한 햇볕 때문에 싹을 부지하기 어렵다. 결국, 말씀을 듣고 깨닫기는 했지만, 그 뿌리가 마음속에 내리지 않아 그 말씀 때문에 닥쳐오는 환난이나 박해를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는 경우다. 복음과 신앙 때문에 손해를 견디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가시덤불에 씨가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깨닫기는 했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말씀을 억눌러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복음말씀을 받아들이고 깨달았다고 하여 걱정과 유혹거리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크고 심각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런 장애들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신앙의 성장을 도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신앙인은 세상 안에 살면서 세상의 것을 향유하면서도 집착과 과욕을 제어하고 천상의 것에 대한 감각을 늘 유지하고 성장시켜나가야 한다.

넷째, 좋은 토양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것은 예수님이 바라시는 것으로 후일 많은 열매를 맺는 경우다. 좋은 토양은 말씀을 잘 듣고 깨닫는 사람의 마음상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씨앗이 길바닥에 떨어진 경우를 제외하고, 돌밭이나 가시덤불 속이나 좋은 땅에 떨어진 경우는 모두 말씀을 듣고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깨달았다는 말은 씨앗이 발아하여 싹이 피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제는 그 뿌리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견디어 내느냐는 것이다.

복음의 씨앗이 좋은 땅에 뿌려진다고 해서 저절로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햇볕과 알맞은 수분이 토양과 더불어 훌륭한 가실을 이루어낸다. 좋은 땅이 아닌 곳에 떨어진 씨앗이 결코 열매를 맺지 말라는 법은 없다. 들과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암층의 절벽에서뿐만 아니라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 속에서도 아름답게 피워있는 꽃이 얼마든지 있다.

사람은 자신을 변화시켜 고정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고, 환난과 핍박과 박해의 온갖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며, 세속의 온갖 걱정과 유혹거리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복음의 뜻에 따라 기도와 선행으로 영원한 생명의 열매를 맺기 위해 신앙에 항구하는 것이다. 신앙의 지구력, 그것은 결실을 위한 하느님 성령의 능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열매를 맺는 일에는 깨달음을 행동으로 수행하는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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