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샘' 공연 장면.

- 유머 속 현대인 고민 담아내
- 가마골 소극장 26일까지

화장실에서 시작해 '똥'으로 끝난다. 그러면서도 오페라 식의 음악이 피아노 선율을 타고 흐른다.

지난 1일부터 부산 연제구 가마골 소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샘'(The Fountain)은 황당한 설정으로 가득 차 있다. 작품은 오페라 형식을 빌려 풀어낸 소극이다. 관객을 웃기는 데 초첨을 맞추었지만, 오직 웃음만으로 채워지는 공연은 아니다. 십대 소녀의 조기 임신과 영아 유기, 후쿠시마의 원전 폭발 등 문제적 사건들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다. 연극인 이윤택 씨의 딸 이채경 씨가 직접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2012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뮤지컬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등장인물도 하나같이 개성이 강하다. 남성용 소변기인 마르셀 뒤샹의 '샘'을 찾아 여성 화장실에 숨어 들어오는 엉뚱한 변기도둑, 화장실에서 변을 보다 남자친구의 이별 통보를 받고 화장지로 목을 졸라 자살을 시도하는 변비녀, 고도 비만 때문에 불임이 되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다 부작용으로 끊임없이 설사에 시달리는 설사녀 세 명이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세상에서 외면당하고 상처받는 현대인을 대변한다.

변기도둑은 뒤샹의 '샘'이 사라진 이후 더러운 것을 씻어내는 변기의 본질이 실종된 탓에 살인, 강간, 테러 같은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샘을 찾아내면 모든 것이 회복된다며 자살하려는 설사녀와 변비녀를 설득한다. 그러나 뒤샹의 '샘'은 소변기라 '똥'을 씻어내지는 못한다는 지적에 도둑도 좌절하고 셋은 동반 자살을 결심한다. 그 순간, 불임인 줄 알았던 설사녀가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고 자신의 삶이 똥처럼 버려진 삶이라 생각했던 셋은 스스로의 삶을 다시 바라본다.

이채경 연출가는 "뉴스에 나오는 문제들을 가벼운 풍자로 다루려고 했다. 무거운 논쟁보다 유머가 때로는 더 진지한 고민을 안겨주기 때문이다"며 "이번 공연에 나오는 인물들은 버려진 사람이다. 그러나 세상에 버림받아도 자신을 스스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는 26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7시, 일요일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일반인 2만5000원, 대학생 2만 원, 초·중·고생 1만5000원, 13일까지는 균일 1만5000원. 문의 1588-9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