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삼 위에 오조 가사를 수하고, 큰방에 대중이 어간(법당이나 큰방의 한복판)에서부터 하판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둘러앉아 공양을 하는 모습은 매우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네 개의 발우를 펼쳐 각각 밥, 국, 반찬을 담고, 가장 작은 발우에는 나중에 발우를 씻을 물을 담아 놓은 후 죽비 소리에 맞춰 다함께 공양을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서로 담소를 나누며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지만, 사찰의 공양 시간은 그대로 수행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다. 조용히 묵언을 지키면서 음식을 씹는 소리마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60p)



산사는 깊다/지안 스님 지음·하지권 사진/불광출판사/1만5000원



세상살이가 힘들수록 산사를 찾는 이는 늘어간다. 산속의 절에 대체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은 절에서 위로를 구할까. 조계종 종립 승가대학원 원장을

지냈고 현재 조계종 고시위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지안 스님이 산사의 생활 문화에 관한 책을 썼다. 40여 년 절집 생활에서 추려낸 34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산사의 삶을 생생하게 전하는, 하지권 작가의 사진 61컷도 더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