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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미의 춤 '눈물'. 이번 공연은 이 작품의 초연이 이루어진 11년 전에 비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
- 허경미, 여성 억압적 이중구조 극복
- 허종원, 남성의 건장한 뒤태 보여줘
- 남대우, 종이·펜으로 무용한계 극복
기억이 진화한다. 허경미 무용단 레드스텝(Redstep)이 지난 14, 15일 부산민주공원에서 펼친 우수작품 다시보기 '리멤버 댓(Remember that…)' 공연은 감동의 무대였다. 고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같은 강물에 두 번 걸어 들어갈 수 없다"고 변화를 강조한 것처럼 똑같은 공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더 많은 기억과 감동을 꿈틀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게 관객의 반응이다. 원숙미와 창조적 변형이 더해져서다.
허경미의 '눈물'은 '눈물의 진화'로 불릴 만큼 깊이가 느껴졌다. 이 작품의 초연이 이루어진 11년 전 20대 후반의 춤꾼 허경미와 40대 초반의 그녀는 확연히 달랐다. 앳된 그녀가 삶과 사랑의 경험이 깊어지면서 한층 성숙한 모습이었다.
관중을 째려보는 듯은 그녀의 도도한 시선은 자신을 억압해왔던 여성의 이중구조를 딛고 자신의 길을 찾고 싶은 강렬한 메시지를 줬다. 그녀는 자신의 분신인 바가지를 깨뜨리고 남성성과 억압적 이중구조의 상징인 북채를 빼앗으며 여성 본연의 상징인 항아리에 담긴 물속으로 몸을 던진다. 비로소 여성의 웃음소리가 나온다. 노자가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은 것"(上善若水)이라고 말했듯이 여성 본연의 포용과 화합을 되찾는 순간이다.
허종원의 '진화'도 여성 춤꾼 허경미가 아닌 남성 춤꾼의 건장한 뒤태를 보여줘 색달랐다는 반응이다. 허경미의 '진화'가 재해석을 통해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다. 무용수가 무대에서 뒷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기 사항. 허종원은 건강미 넘치는 상반신을 노출하며 인생길을 꿋꿋하게 내딛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보여줬다.
초청공연인 남대우 양산 현대무용단 대표의 '하우스 푸어'는 여행용 가방, 종이로 펼친 집, 종이비행기를 통해 우리의 욕심으로 빚어진, 가족 간 소통 부재를 비롯한 마음속의 노숙자를 그렸다. 특히 종이로 펼친 집 위에 사랑, 분노 같은 메시지를 매직펜으로 적은 것이 인상적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용의 한계를 종이와 펜으로 보완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