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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5> 나는 원죄없는 잉태로다

진정한 믿음과 순종의 인간, 마리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2-07 19:27:4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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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염시태(성모 마리아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입어 원죄에 물듦이 없이 잉태됨·1655년 베르톨로메 에스테반,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 소재)
오늘 전세계 가톨릭교회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기념한다. 이는 우리 한국교회의 수호자 축일이기도 하다. 1784년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되었고, 조정의 혹독한 박해가 연이은 가운데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1831년 조선교구의 설정을 인가하였다. 교황은 수호성인으로 성 요셉을 지정하고 조선 선교를 자원한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 주교로 임명하였다. 하지만 브뤼기에르 주교는 입국하지 못하고 베이징에서 병사하였고, 제2대 교구장으로 엥베르 신부가 임명되었다. 1837년 베이징에서 주교 성품을 받고 조선으로 재입국한 엥베르 주교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조선교구의 공동수호자로 모실 수 있기를 교황청에 청원한다. 교황은 이 청을 받아들여 엥베르 주교가 순교한 후 1841년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성 요셉과 함께 조선교회의 공동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다.

오늘 대축일은 교황 비오 9세가 1854년 12월 8일 교회의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는데, 이 날짜는 마리아의 '탄신축일'(9월 8일)에서 거꾸로 계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마리아의 탄생 장소와 날짜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은 언젠가 태어났을 것이고, 탄생이 있으면 잉태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은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는 원죄(原罪)에서 유독 마리아만이 무슨 이유로 면제를 받았느냐는 것이다.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낳았는데, 그 예수가 천지창조 이전부터 존재했던 하느님 성자였다면 마리아는 하느님을 세상에 낳은 것이나 다름없다. 달리 말하면 마리아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하느님에게 인간성을 선물한 어머니가 되는 셈이다. 해서, 325년 니체아공의회 때부터 교회는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불렀다. 따라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가 어머니의 태중에 잉태되는 순간 원죄로부터 보호를 받았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다.

1854년 12월 8일, 위풍이 당당한 교황 비오 9세가 대미사를 마치고 선언문을 낭독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 나올 때 베드로 대성전 안에는 경외의 침묵이 흘렀다. 교황은 "나는 동정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입어 잉태되신 첫 순간부터 원죄에 물듦이 없으심을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교의로 확실히 선언하는 바이며, 이에 따라 모든 신자들은 이를 확실히 믿을 것을 선포한다"고 했다. 낭독을 마친 교황의 눈에서 기쁨과 경외의 눈물이 흘러내렸으며, 광장에 모였던 4만 명의 목소리가 감사가(Te Deum)를 노래했고, 로마의 모든 성당에서 종이 울렸으며, 그날 밤 시내는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가톨릭교리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원죄를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마리아가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교의는 결코 마리아를 인간으로부터 분리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아니다. 마리아 또한 분명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그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보여준 헌신적인 믿음과 순종이다. 인간의 눈에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성령에 의한 하느님의 능력이라면 가능하다고 믿는 믿음이며, 하느님의 계획에 온전한 자유의지로 표현하는 순종이 바로 그것이다. 주님의 종이기에 하느님의 말씀을 몸에 품어 하느님께 인간의 생명을 선사한 마리아는 그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것이다. 이는 인간의 품위를 높여주시기 위해 스스로 인간되기를 마다하지 않은 하느님 스스로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표현이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실 수 있는 분이시며, 그렇게 원하시는 분이시고, 또 그렇게 하시는 분이시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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