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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냉면, 매운 /이민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2-07 20:59:11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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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서류가 도착했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냉면 먹으러 가요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어요

내가 조르자 어머니, 밥상 치운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면서도 어머니 앞장서서 함흥냉면집 들어서는데

주문이 오기도 전에 냉면 둘이요!

나도 어머니도 매운 냉면 둘이요!

주문 받는 조선족 여자보다 먼저

주방으로 달려가는 목소리, 매운 냉면 둘이요!



법원에서 온 명령서는 디아스포라의 가족사

그 사이에 놓인 냉면 두 그릇,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노란 겨자를 뿌리고 또 뿌린다

거친 생채기에 뿌리는 소금 같은

매운 냉면에 더하는 매운 맛

오늘따라 더 맵다, 그지, 이 악문 눈물 속으로

긴, 냉면의 면발처럼 긴, 그러나 툭, 툭

자주 끊어지는, 유목민의 길이 보인다



-시집 '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



▶이민아=1979년 서울 출생. 2005년 '국제신문', 2007년 '동아일보'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아왜나무 앞에서 울었다' 



법원에서 온 서류가 무엇이든, 왕성한 식욕을 빌미로 잠시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아무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그래 냉면이 좋겠다. 그것도 매운 냉면이. 여름철에 먹는 냉면이 제맛 같지만 실은 겨울철 따뜻한 방에서 먹는 냉면이 제맛이란다. 디아스포라의 가족사에 서린 비애가 어찌 냉면으로 때울 수 있으랴만 그래도 맵고 매운 냉면으로라도 지우고 싶지 않으랴. 아, 얄궂어라. 천 년 전 멸망한 고구려 유민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다니. 이상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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