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층이 뚝, 잘려나간 해남반도 끝에다 귀를 가져다
대면 느리게 길게 날개 젓는 소래가 들린다. 공룡 여
러 마리가 해안에 깔린 너른 바위 바닥에 발목이 빠
지면서 물 고인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때는
새가 돌 속을 날았다.
-시집 '새떼를 베끼다' 에서
▶위선환= 1941년 전남 장흥 출생.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등.
경남 고성 바닷가에서 공룡 발자국에 가만히 손바닥을 대어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없었던 시대에 지구를 점령했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갑자기 쏟아진 화산 덕분에 화석이 된 존재들. 지난 주말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났다. 앙코르 와트 신전의 벽에 그려진 그 많은 벽화 속의 인물들은 어디로 갔나. 왕의 권력을 드러내기 위해 거대한 신전을 짓고, 그 신전 벽화를 조각한 뛰어난 도공들은 38년 동안 신전을 나가지 못했고, 죽어서 나갔다 한다. 숭고한 희생 덕분에 지극히 가난한 현대의 캄보디아에 외화벌이라도 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독재자 폴 포트가 살해한 국민의 해골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기념탑을 보았다. 갑자기 소화되지 않았다. 돌 속에서 날아가는 새들, 돌 속에서 전쟁하는 병사들. 살아서 반짝반짝 빛나다 어느 순간 허공으로 사라지는 삶에게 환한 햇살을 비추고 싶다.
김혜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