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엔
멜랑멜랑한 꼬리를 가진 우울한 염소가 한 마리
살고 있어
종일토록 종이들만 먹어치우곤
시시한 시들만 토해냈네
켜켜이 쏟아지는 햇빛 속을 단정한 몸짓으로 지나쳐
가는 아이들의 속도에 가끔 겁나기도 했지만
빈둥빈둥 노는 듯하던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며
담담하게 담배만 피우던 시절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에서
▶진은영= 1970년 대전 출생.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 등.
3월이 오면 신입생들이 싱싱한 향기를 품으며 대학 교정을 밟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의 계절이다. 멋있는 선배나 동기를 만나서 순수하게 풋풋한 사랑을 할 수도 있다. 그토록 아름다운 시절인데 난 대학 시절 동안 많이 우울하고 외로웠다. 1980년대의 군사 정권의 암울한 그림자에 짓눌려 회의와 방황으로 얼룩졌었다. 문득 그 찬란한 시절을 되돌려받고 싶다. 여학생의 새하얀 목덜미와 남학생의 상큼한 미소가 그립지 않은가. 학점과 취직 걱정 때문에 낭만과 여유를 잃어가는 요즘 대학생들이 안쓰럽다. 김혜영·시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