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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페라하우스-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건축물 <1> 어떻게 짓고 무엇을 담아야 하나

부산항의 역사성·K팝 등을 포용하는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자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13-03-20 19:29:58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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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설 부산항 북항재개발 단지에서 막바지 매립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는 이곳 단지 내 2만8427㎥ 부지를 활용해 지상 7층 지하 2층 규모(총면적 4만8890㎥)로 건립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노르웨이 스노헤타 건축사무소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확정된 데 이어 곧 실시설계 용역도 진행된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공사가 착공돼 오는 2018년 그 위용을 당당히 드러낸다.

이제 시민은 미래 세대에 넘겨줄 우리 시대 최대의 상징 문화 인프라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부산항과 원도심을 빛낼 이 건축물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문공연시설로서 공연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울과 격차가 30년이나 된다는 부산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을 원하고 있다. 이에 부산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하우스)가 더욱 알찬 건축물로 건립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각계 전문가들의 애정 어린 충고를 모은다. 덩달아 부산의 열악한 공연시설 현황을 짚어보고 전문공연장 탄생에 앞서 공연 콘텐츠 인프라와 마케팅 역량 향상 방안 등을 미리 점검해 본다.

- 100년 이상 장기적 안목으로
- 국제 해양문화도시 품격 담아야
- 원도심·북항 풍광 적극 활용
- 시드니·오슬로 등과 차별화를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모습. 신화 연합뉴스
시민사회는 우선 10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앞서 부산시민회관(1973년 개관)과 부산문화회관(1988년 개관)은 열악한 지역 공연문화시설을 타개하기 위해 건축물 짓기에 급급해 탄생한 인상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은 지역 공연문화 발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건립 20년도 안 돼 변화무쌍한 공연문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한계를 보여줬다. 주변 환경도 급변해 관객 불편을 초래하면서 명색이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는 초라한 형색을 보이고 있다.

경성대 김원명(음악학과) 교수는 "지역에 번듯한 공연장 하나 없어 짓기에 급급했던 시민회관과 문화회관 건립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국제 해양문화도시라는 수준과 격을 따져 상징 건축물을 건립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단순히 장기적인 시각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건립 예정지의 주변 환경과 역사와 문화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페라하우스가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지에 건립되는 부분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부산시는 부지 확보 문제 등으로 오페라하우스 건립 과정이 지연되자 한때 부산시민공원에 건립하는 문제도 검토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산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산항을 선택했다. 동명대 조승구(건축학과) 교수는 "국내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하우스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완공 시점에는 개항 150년 가까이 되는 부산항의 역사성을 반영하는 건축미가 가미된다면 세계 유명 오페라단과 문화관광객의 발길이 부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특히 해양경관과 맞물린 호주 시드니를 비롯해 노르웨이 오슬로,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등과 확연히 차별되는 건축물 건립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부산항 북항과 부산의 근대사 흔적이 남아 있는 인근 원도심 풍광과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스노헤타 건축사무소의 로버트 그린우드 대표는 19일(현지 시각) 본사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입지가 대단히 독특한 부산의 오페라하우스는 원도심과 부산항 북항을 드라마틱한 수변공간으로 만들어주고, 도시 재생의 핵심구성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축사무소는 근본적으로 '볼거리가 아닌 느끼는 건축'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시는 부산다운 기념비적인 문화공간을 구축하면 연간 오페라하우스 방문객 30만 명과 관람객 18만 명을 유치하는 파급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이 같은 수치가 확대재생산 되기 위해서는 더 치밀한 건립과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 이승호(부산예술고 교감) 집행위원장은 "부산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입지적인 특성을 살려 오페라 이외 공연 작품을 무대화하고 타 장르 예술 분야도 활용 가능한 공간 구조를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이갑준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해외 유명 오페라는 물론 건립 이후 지금의 K-팝처럼 시시각각 떠오르는 국내외 공연 장르도 제때 소화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다목적 기능의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건립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했던 박성택 전 예술의전당 사무처장은 "부산의 오페라하우스는 서울 예술의전당보다 입지적 여건이 유리하고 연간 400만 명이 다녀가는 시드니와 매우 흡사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미래사회 시민의 문화권리와 도시의 위상에 무게를 두고 건립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후원: 사단법인 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

◇ 부산오페라하우스 추진 과정

2008년 5월

부산시와 롯데그룹 오페라하우스 
건립기부 약정 체결

2010년 10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추진위원회 구성

2011년 4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국제아이디어 
현상공모

2012년 5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한 시민공청회 개최

2012년 6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 완료

2012년 10월

국제지명 설계공모 당선작 확정
-스노헤타(노르웨이), 일신설계
(한국) 공동작품

2012년 12월

롯데그룹 기부 세부약정 체결
-2012년 12월 31일 80억 원 기부
(이미 기부한 20억 원은 설계공모 등 사용),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00억 원씩 기부 약정

2013년 3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한 
민·관·학 협의체 구성

실시설계 용역 발주

2014년 하반기

공사 착공

2018년 하반기

공사 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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