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어느 늦은 오후. 아직도 밖에서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웅성웅성 시끄러운데 학원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 친구들을 불러모으셨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호국보훈의 뜻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하고 물으셨다.
우리가 모두 우물쭈물하는 사이, 학원에서 똑똑하기로 소문난 창민이는 거침없이 손을 들어 일어서며 "순국선열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나라에 애국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자~식, 역시 똑똑한 녀석이다.
그런데 창민이의 대답을 들으신 선생님께서는 "그럼 순국선열은 무엇이고 애국은 뭐죠?"라고 되물으셨다.
순간, 그 똑똑한 창민이는 온데간데없고, "어, 그게…. 그게 뭐더라"하고 머리를 긁적이며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그냥 내 친구 창민이만 있었다.
부끄럽게도 사실 그때 나는 그 뜻이 무엇인지 알려고 해본 적도 없고, 궁금했던 적도 단 한 번도 없다.
선생님께서는 조금 목소리를 높이시어 호국보훈이란 나라를 위해 아까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을 추모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것이고, 순국선열이란 내 나라, 내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신 훌륭한 분들을, 애국이란 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시면서 우리는 정말 중요한 부분을 잊고 사는데, 마치 지금의 이 행복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 양 누리고 사는 자세를 반성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해마다 현충일과 6·25가 있는 6월이 되돌아오지만, 태극기만 달고 기념일에만 있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러 다니기에 바빠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생각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 스스로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고, "자기 뿌리조차 모르고 살면 근본도 없는 민족이 될 것이다"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회 시간에 달달 외워야 했던 6·25전쟁의 의의와 과정, 그 전쟁 이후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긴장하고 사는 한반도.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마주 겨누고 서 있어야 하는 이 모든 현실을 아직 나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고 수없이 많은 사람이 가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체 헤어져 살아야 하는 현실도 아직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쟁의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그 이유가 어떠했든,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고 한민족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우린 둘로 나누어진 역사가 아닌 통일된 하나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나도 아는 이 사실을 남과 북의 어른들이 서로 깨달아 하루빨리 우리 한반도에서도 자주통일, 평화통일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렇게 날씨가 화창한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한 이유는 현충일과 6·25가 있는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좋을 때일수록 마냥 평화롭게 즐기지만 말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뜻을 한 번 더 되새겨보라는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 아침에 태극기를 달면서 우리 가족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수없이 많은 영령이 잠들어 계신 유엔공원 묘지에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예쁘게 활짝 핀 6월의 꽃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꽃보다 더 아름답고 위대한 그분들 앞에서 오늘의 나와 우리를 있게 해주심을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리고 와야겠다.
학진초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