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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의 표징 출처-The Bible Note Book |
캐나다 출신의 예수회 신부 닐 기유메트가 쓴 '나와 함께 낙원에'라는 책에 '기적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등장하는 주인공 메나헴은 항상 기적에 굶주려 있었다. 그는 어느 날부터 요한 세례자를 따라다닌다. 요한은 광야의 고행자로서 많은 사람에게 회개의 설교를 통해 세례를 베풀면서 예수의 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한이 설교와 세례를 베푸는 것 외에 다른 기적을 일으키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지자, 메나헴은 그를 떠나 당시 한참 인기가 높아져 가고 있던 나자렛 출신 예수의 문하로 들어간다. 예수의 추종자가 된 메나헴의 첫 주간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꿈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적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병환자가 단번에 깨끗해지고, 중풍병자가 일어나 누워있던 요를 걷어 통째로 메고 가며, 절름발이가 걷게 되고, 반벙어리가 다시 말을 하고 들으며, 수천의 군중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가 터질 만큼 먹고, 악령 들린 사람들이 말짱해지는 그런 기적을 자기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에게 박수를 보냈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메나헴도 신이 나서 우쭐거리고 있었다.
이어 예수는 더 놀랄 기적을 보여주었다. 배를 삼키려는 거센 풍랑을 호통쳐서 가라앉히는가 하면, 보이지도 않는 데서 병자를 원격치유하고, 급기야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는 것이었다. 메나헴의 하루하루는 너무 행복했다. 기적들 가운데 간간이 섞여 들려오는 예수의 가르침에는 아랑곳없이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기적이 한편의 영화가 되어 상영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메나헴은 예수를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이유는 이러했다. 하루는 예루살렘에서 율사들과 바리사이 등이 대거 몰려와 예수께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표징을 보여 자신을 증명하라고 청하는 것이었다. 그때 메나헴은 이제야 기적의 최고 절정을 보게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수는 그들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는 기껏 한다는 소리가 구약의 예언자 요나의 표징밖에 달리 보여줄 게 없다는 것이었다.(마태 16,4) 그래서 그는 예수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제는 예수의 기적이 그의 눈에 시시하게 여겨졌고,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보따리를 싸들고 더욱더 짜릿하고 스펙터클한 기적을 찾아 떠나가는 메나헴은 친구 라훔을 만난다. 라훔은 메나헴이 왜 예수를 떠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어떤 기적도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일세. 중요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자네의 마음일세. 자네 마음을 한번 변화시켜보게나!" 라훔은 메나헴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를 보내고 말았다.
신약의 복음사가들은 예수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단번에 보도하지 않고 복음 전체를 통하여 점진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그들은 예수를 더 이상 물리적으로 체험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격자인 사도들의 증언을 토대로 '나자렛 출신의 예수를 랍비(선생)→위대한 선생→예언자→대예언자→메시아→그리스도'로 소개해 나간다. 복음서의 목적은 결국 예수를 메시아요 그리스도로 피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여 믿든지, 아니면 거부하여 불신하든지 그 결정은 독자에게 달려있다.
예수가 말하는 요나의 표징이란 죄악에 빠져있던 니느웨 사람들이 그의 설교만 듣고 모두가 회개하였다는 것이다. 즉 기적이 아니라 오직 설교만으로 삶의 태도를 바꾸고 자신들을 내적으로 변화시켰다. 외적인 기적은 결코 믿음의 도구가 될 수 없다. 진정한 기적은 바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누구도 종용할 수 없는 자신 스스로 회개와 변화 말이다. 그럴 때 우리는 전정 예수를 주님이요 메시아로 믿고 고백할 수 있으며, 이 믿음이 가져오는 엄청난 기적의 신비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